기타리스트 SAZA 최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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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ZA 최우준. ⓒ이준학

장르보다 이름으로 기억되는 음악이 있다. 기타리스트 SAZA 최우준은 재즈, 블루스, 록, 사이키델릭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지만, 오직 그만의 스타일이 담긴 연주를 추구하고 있다. 어떤 음악이 흐르더라도 직감적으로 느끼는 사자의 기타 소리, 이번 인터뷰를 통해 더 깊이 느껴보자.

Q. 무대에 따라 다른 악기를 쓰시나요? 그렇다면 그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공연 콘셉트에 따라 손에 쥐는 악기가 달라져요. 음악에는 재즈, 블루스, 록, 팝 등 여러 장르가 있잖아요. 장르 특성에 맞는 기타를 고르곤 하죠. 또한, 무대 규모나 공연 환경을 고려해서 결정할 때도 있어요.

크게는 전자기기를 써야 할 환경인지, 어쿠스틱으로만 공연할지부터 구분하죠. 예를 들어 연주 공간이 작거나 울림이 많은 곳이면 일렉트릭 연주가 소음처럼 들릴 수도 있거든요. 늘 관객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고민하죠. 이런 자세가 연주자에게 필수 소양이라 생각해요.

최우준이 연주하는 마빈 커스텀 기타. ⓒ 최우준

Q. 최근에는 어떤 기타로 무대에 오르셨나요?

요즘은 마빈 커스텀에서 나온 스트라토캐스터를 주로 연주해요. 미국 M.I에서 기타 제작을 전공한 김선오 씨가 한국에 돌아와 처음 만든 기타죠. 여기에 화가 신주은 씨가 그림을 그려 주셨어요. 세상에 한 대밖에 없는 악기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픽업은 롤라 사의 블랙페이스 SSS(싱글 코일 픽업 3개) 구성이고, 몸체는 애쉬, 넥은 메이플, 핑거보드는 로즈우드로 조합했어요. 전형적인 스트라토캐스터의 소리를 들려주죠. 개인적으로 외국 유명 커스텀 매장 기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기타라고 생각해요.

최우준의 어쿠스틱 기타. 테일러 414ce(사진 왼쪽)과 콜링스 커스텀 기타. ⓒ 최우준


Q. 즐겨 쓰는 어쿠스틱 기타가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세요.

픽업 특성이 제 취향에 잘 맞는 테일러 414ce 모델을 주로 연주해요. 마그네틱과 피에조 픽업을 조합한 es 픽업은 비교적 다른 악기의 간섭을 덜 받아요. 그래서 공연장에서 소리를 만들기 편하죠. 연주를 녹음할 때는 마이크와 픽업에서 나는 소리를 동시에 받아서 섞기도 해요.

스튜디오 작업할 때는 콜링스 사의 커스텀 모델을 선호해요. 기타 몸체는 아디론닥 스프루스 상판에 브라질리언 로즈우드 측·후판, 에보니 지판으로 이루어졌어요. OM(오케스트라 모델) 몸체에 컷어웨이를 적용했어요. 중음역이 힘이 있고 선명해서 스트럼 연주보다 단선율을 연주할 때 매력이 드러나요.

최우준의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기타. ⓒ 최우준

Q 주로 일렉트릭 기타에 SSS 픽업 조합을 즐겨 쓰시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중학교 1학년쯤에 아버지께서 첫 기타를 사주셨어요.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였죠. 처음 이 악기를 만난 순간부터 제 운명이 정해졌던 것 같아요. ‘너는 싱글픽업이다’라고요(웃음).

만약 첫 악기가 깁슨에서 나온 험버커 픽업 기타였다면 지금 제 연주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모르겠어요.

Q. 험버커 픽업과 비교해서 싱글 픽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싱글 픽업은 험버커 픽업보다 소리가 연약한 경향이 있어요. 여러 약기와 협주할 때 소리가 묻힐 위험이 있죠. 때로는 악기 상태가 나쁘면 곧바로 연주에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그렇지만 싱글 픽업은 터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세밀한 표현을 잘 구사할 수 있어요. 불안전함 속에서 나오는 매력이 있는 거죠.

Q. 크래프츠하우스와 커스텀 픽업도 개발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떤 특성을 고려해서 제작했나요?

2011년 무렵 이야기네요. 크래프츠하우스 측에 ‘싱글 픽업의 성격은 유지함과 동시에 소음을 줄이고 두꺼운 소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어요.

최근 나오는 스트라토캐스터 계열 기타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편하실 거예요. 당시 제작한 커스텀 픽업과 비슷한 면이 있거든요.

SAZA 최우준의 과거 페달 보드(사진 위)와 최근의 페달 보드. ⓒ 최우준

Q. 페달 보드는 어떻게 구성해서 연주하나요?

주로 세션 연주를 할 때는 큰 페달 보드를 썼어요. 그렇지만 솔로 활동을 하면서 페달 수를 자연스럽게 줄었어요.

지금은 상황에 따라 4~5개의 페달을 써요. 퍼즈-와우-부스터-딜레이 순으로 연결해 두었어요. 여기에 펜더 트윈 리버브 같은 클린 앰프로 연주할 때에는 게인 사운드를 얻기 위해 드라이브 페달을 얹기도 해요.

Q. 어떤 현을 주로 쓰시나요? 선호하는 브랜드나 규격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선호 브랜드는 딱히 없어요. 검증된 브랜드 안에서 가격이 저렴한 줄을 대량으로 사요. 줄 교체 주기가 빠른 편이라 비싼 줄을 쓰기엔 좀 아깝거든요.

제 곡은 하프다운 튜닝이 많은 편이라서 두께 0.011 인치짜리 줄을 쓰는 편이에요. 정 튜닝을 할 때는 1~3번 줄은 0.011, 4~6번 줄은 0.010 게이지를 사용하죠. 이런 현 조합으로 구성된 기성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Q. 방금 줄을 자주 가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체 주기가 어떻게 되나요?

일주일에 두 번씩은 교체해요. 또한, 공연 전날엔 무조건 줄을 바꿔줘요. 무대에서 줄이 끊어질 확률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기 위해서죠.

최우준이 선호하는 앰프. (사진 왼쪽) 크래프츠하우스 이동석 커스텀 앰프, (사진 오른쪽) 펜더 쇼우맨 앰프. ⓒ 최우준

Q. 선호하시는 앰프가 있으신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펜더 쇼우맨 앰프를 즐겨 써요. 트윈 리버브의 사촌 관계쯤 되는 앰프에요. 이 앰프는 헤드 룸이 넓어서 비교적 왜곡이 적고 깔끔한 소리가 나요. 기타나 이펙터에 따라 소리가 크게 달라지죠.

크래프츠하우스를 운영하시던 이동석 씨가 만들어준 커스텀 앰프도 좋아해요. 이 앰프는 마샬 jtm 앰프와 유사한 사운드를 내는데요, 볼륨과 게인이 함께 올라가는 드라이브 사운드가 매력이죠. 거칠고 ‘록킹한’ 소리를 내고 싶을 때 써요.

3집 앨범 <SAZA>의 1번 트랙 ‘그래 가끔’은 펜더 쇼우맨, 5번 트랙 ‘SAZA GRASS’는 jtm 계열의 커스텀 앰프로 녹음했어요.


최우준의 ‘연기가 보고싶다’ 공식 뮤직비디오. | YouTube ‘SAZA최우준’

Q. 3집 앨범 <SAZA>는 다양한 기타 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의도해서 앨범을 작업하셨나요?

3집 기타 사운드의 주제는 ‘빈티지’였어요. 제게는 영웅이나 다름 없는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튼, 스티비 레이 본 등이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로 연주했어요. 그들이 만든 소리를 이번 앨범에 담고 싶었죠.

이번 앨범은 제가 직접 녹음했기 때문에 원하는 소리에 근접할 때까지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었죠. 정작 녹음에는 1시간뿐이 걸리지 않았지만, 기타 톤을 만드는 과정은 2박 3일이 걸리기도 했으니까요.

Q. 스튜디오 환경에서 어려운 점은 있었나요?

기타 앰프에서 나오는 소리를 녹음실 모니터 스피커로 재현해야 했어요. 앰프에 마이크만 가져다 댄다고 늘 듣던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었던 거예요. 마이크의 종류, 녹음 위치, 마이크 프리앰프, 공간 등을 알맞게 조합해서 실제 연주를 듣는 것처럼 소리를 가공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물리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은 특정 프로그램을 써서 소리를 착색하기도 했고요.

Q. 가공하지 않은, 악기 그 자체가 내는 소리는 무엇인가요?

장비를 거치면서 생기는 원음 변질이나 특정 효과음의 개입을 최대한 줄이고 오로지 기타만으로 내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같은 관점에서 앰프 역시 기타처럼 독립적인 악기라고 봐요. 앰프를 거친 소리가 인위적인 변화 없이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도록 늘 고민하죠.

악기가 가진 고유의 소리를 추구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요. 제가 원하는 소리를 내기까지 많은 장비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웠죠.

Q. 앨범 작업할 때 다른 멤버에게 특별히 당부하는 점이 있나요?

우리는 오랜 시간 함께해왔기 때문에 서로 특별한 요청을 하지는 않아요. 그저 합주하면서 서로 편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이 과정에서 편곡도 자연스럽게 이뤄지죠. 그런 다음에 바로 녹음을 시작해요.

참고로 제가 사전에 곡을 구상할 때도 다른 멤버를 고려해요. 그들의 생각이 반영될 수 있도록 너무 치밀하게 작업하는 편은 아니에요.

Q. 곡에서 노랫말의 비중이 크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실제로 곡을 만들 때 언어 전달력에 신경을 많이 쓰나요?

가사가 있는 곡은 언어로 전달되는 부분이 곡의 절반 가까이 된다고 생각해요. 외국어 가사로 된 노래는 멜로디나 리듬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겠지만, 모국어인 한국어 작품은 가사에 담긴 의미와 함께 곡에 녹아들잖아요. 그래서 곡을 만들 때나 연주할 때도 가사 내용이 잘 전달될 수 있게 노력을 기울여요.

Q. 개인 작업할 때와 비교해서 세션으로 참여할 때는 어떤 접근을 하는 편인가요?

제가 주도한 음악엔 기타에 제 목소리를 맞추죠. 반면 세션으로 참여할 땐 가수의 음색에 맞춰 기타 톤을 만들고 연주해요.

예를 들어 웅산 씨는 재즈보컬리스트이지만 목소리에 힘이 있고 블루지한 음색을 가졌어요. 여기에 맞춰서 제 기타 역시 거칠게 연주했죠. 반면 Moon 씨의 목소리는 맑고 부드럽죠. 저를 내려놓은 채 힘을 빼고 연주해야 했어요.

Q. 재즈가 아닌 여러 장르에서 자연스럽게 연주하십니다. 비결이 있나요?

재즈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장르와 혼합된, ‘퓨전’ 성격이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장르를 포용하고 변화하는 힘이 크다고 생각해요. 장르적인 옷을 바꾸어 입어도 그럴싸해 보이죠. 제가 여러 장르를 두루 연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릴 적 공부한 재즈라고 생각해요.


최우준. ⓒ 이준학

Q. 학생을 가르칠 때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직은 학생들에게 음악인의 자세나 철학을 가르치기에는 조심스러워요. 기술적인 부분 중에서는 오른손 테크닉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어요.

오른손은 기타에서 소리를 내는 마지막 기관이에요. 아이디어나 리듬감이 좋아도 오른손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소리로 구현할 수 없죠. 그래서 올바른 오른손 연주법을 익힐 수 있도록 신경을 써서 가르쳐요.

Q. 한 가지만 짧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타임 키핑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요. 박자를 연주할 때 왼손으로는 코드를 짚고, 오른손은 피킹을 하죠. 이때, 다운-업 피킹 순서를 어떻게 해야 합리적으로, 실수를 줄이며 연주할 수 있을지 알려줘요.

Q. 발표하신 음반마다 장르 변화 폭이 큰데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으신가요?

그동안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로 달려왔어요. 이제는 좀 차분하게 연주할 시간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의 앨범에 실은 곡과 새 곡을 섞어 언플러그드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어쿠스틱한 사자의 음악을 기대해 주세요!

Q. 2020년 활동 계획을 알려주세요.

교육과 일 모두에 집중하려 해요. 학교 강의가 없는 방학에는 다음 앨범 작업에 몰두할 예정이에요. 2020년에는 새로운 앨범을 들고 찾아뵐게요. 저희 음악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