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축제의 순기능,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을 재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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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 KBS 교향악단 &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 예술의전당 제공

지난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19 교향악축제 – KBS교향악단>이 열렸다. 이날 지휘자 요엘 레비가 이끄는 KBS교향악단은 오페라 〈할카〉 서곡,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말러 교향곡 1번을 무대에 올렸다.

이번 공연에서 협연자로 나선 윤소영은 KBS교향악단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이 무대는 음악 내외적으로 모두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우선 몇 가지 흠을 고려해도 한국에서 쉽게 감상하기 어려운 호연이었다. 또한, 윤소영은 이번 교향악축제를 통해 국내 관객에게 다시 솔리스트로서 주목받을 수 있었다.

이날 호평받은 협연 무대를 제외하고는 평소 KBS교향악단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향악축제에서 더 연주력을 끌어올리는 다른 악단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움이 맴돌았다. 공연 전체가 궁금한 독자가 계신다면, 글로 읽기보다는 음원으로 감상하기를 권한다. 2019 교향악축제는 ‘KBS 클래식FM – 실황특집방송’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솔리스트로 돌아온 윤소영
다시 이목을 모으다

윤소영은 ‘2011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우승을 비롯해 주요 국제 바이올린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같은 세대에 뛰어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대거 등장했지만, 윤소영의 무대 장악력은 단연 돋보였다. 그렇지만 윤소영은 2012년부터 스위스 바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맡으며 한동안 국내 활동을 줄였다.

최근에 클래식 음악을 접한 관객은 윤소영이 누구인지 모르거나, 솔리스트가 아닌 악장으로만 아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오랜 관객들 사이에서 윤소영의 독주 무대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마치 페달을 밟자마자 바로 반응하는 슈퍼카처럼 윤소영은 활을 처음 긋는 순간부터 힘을 다해 무대를 이끌어가곤 했다.

기억 속의 윤소영은 기교적으로 어려운 작품을 다룰 때마다 오히려 속도광처럼 바이올린을 신나게 켰다. 지난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윤소영은 ‘Applemania’를 능숙하게 소화해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이 곡은 알렉세이 이구데스만의 속주를 내세운 자작곡 앨범 [안전벨트를 매라(Fasten Seat Belts)]에 실려 있다.

이번 교향악축제에서 윤소영은 같은 앨범에 실린 ‘Funk The String’을 앙코르곡으로 택했다. 악보에 ‘조금 더 빠르게’라고 지시한 부분부터 일부 관객은 약속이나 한 듯이 박수로 박자를 맞췄다. 그렇지만 윤소영이 단계적으로 속도를 올리며 바이올린을 극한으로 몰아치자 그 어떤 관객도 연주를 따라갈 수 없었다.

이날 무대에서 윤소영은 비르투오소의 면모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감상할 때 윤소영에게서 ‘관객의 귀’로 활을 켜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윤소영의 바이올린으로 그리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는 고전 형식을 따르면서 낭만적 요소를 반영했다. 우선 고전 협주곡과 달리 1악장 제시부에서 오케스트라 총주가 생략되고 독주 바이올린이 바로 등장한다. 또한, 카덴차가 발전부와 재현부 사이에 놓이거나, 악장 간 쉬지 않고 곡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이전 시대 작품과는 구분된다.

1845년 라이프치히에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초연된다. 당시에 바이올린을 연주한 ‘페르디난트 다비트(Ferdinand David)’가 멘델스존이 작곡하는 과정에도 많은 조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시각에서 검토된 곡이라서 다양한 주법이 쓰였을 뿐만 아니라 악기의 특성을 다각도로 반영하고 있다.

바이올린의 매력을 잘 담아낸 만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의 대중적인 인기는 높다. 그렇지만 직접 연주했을 때 기술적인 부분과 함께 표현력을 살리기는 쉽지 않다. 많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콩쿠르를 비롯한 주요 무대에서 이 곡을 택하곤 하지만, 어정쩡하게 연주가 흐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윤소영과 KBS교향악단은 같은 작품으로 완숙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의 1악장은 ‘매우 정열적으로 빠르게(Allegro molto appassionato)’라는 지시가 붙어있다. 이런 뜻에 걸맞게 윤소영은 시작부터 밀도 있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총 연주 시간은 다른 연주자와 비교해서 조금 긴 편이지만, 각 부분에 역동성이 느껴져서 오히려 더 몰아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거 윤소영은 연주 시작부터 무대를 장악했지만, 후반부에서 급격히 지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 우려한 대로 마지막 악장에서 보잉이 조금 짧아지긴 했으나, 이번 공연에서는 예전과 달리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 7년 동안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경험을 통해 윤소영의 완급 조절이 좋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바이올린의 흐름이 즉흥적으로 변했다고 여겨지는 지점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악단과 협연자의 템포가 엇맞는 일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만약 지휘자가 더 순발력을 발휘했다면 더 좋은 무대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을 고려해도 윤소영과 KBS교향악단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한 폭의 동양화처럼 멋지게 풀어냈다.

윤소영은 연주 내내 거칠게 활을 긋다가도, 섬세한 표현이 필요한 구간에서는 물 먹은 붓처럼 힘을 빼고 아름다운 선을 그렸다. 특히 2악장에서 주제 선율을 다룰 때는 공간의 여백을 활용한 듯한 울림을 자아냈다. 물론 부분적으로 실수가 나오기도 했지만, 윤소영은 선 굵은 연주로 흠마저 결로 만들어냈다.

교향악축제의 순기능
단 한 번의 무대로 증명하다

2019 교향악축제를 계기로 윤소영은 한국에서 주요한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각인되었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뿐만 아니라 라디오 생중계와 다시 듣기를 통해 이번 공연을 접한 사람들이 많다. 한국 관객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동안에도 해외에서 솔로, 실내악, 오케스트라 모두 고르게 활동한 윤소영의 진가가 드러난 것이다.

2019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 KBS 교향악단 &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 예술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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