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경계를 흩트리는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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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송영주 / 송영주 제공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가 걸어온 길은 즉흥연주에 가깝다.
글 | 기자 윤진근

 

언제부터 재즈에 흥미가 생겼나요?

어릴 적 교회에서 재즈 피아노를 접했어요. 연주자가 코드만 적힌 악보에서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죠. 국내 대학에서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밴드부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음악을 접했어요.

사실 미국에서 재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도 이 길을 걷겠다는 뚜렷한 목표는 없었어요. 그저 재즈에 빠져 지내니까 자연스럽게 재즈 피아니스트란 수식어가 붙은 것이죠.

주로 어떤 재즈 연주자에게 영향을 받았나요?

팻 메스니, 오스카 피터슨, 빌 에번스, 레드 갈란드 등의 연주를 들었어요. 재즈의 화성, 보이싱, 리듬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특히 악보에 적혀있지 않는 부분까지 감각적으로 펼쳐내는 즉흥연주가 마음에 들었죠.

뒤늦게 재즈를 시작하셨죠. 어려운 점은 있었나요?

전통적으로 재즈에서 느껴지는 스윙을 잘 표현하고자 수많은 시간을 노력했어요. 재즈가 우리 음악도 아닐뿐더러 어릴 적부터 많이 듣고 자라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겪어야 하는 과정이긴 해요. 당시에는 오랜 시간 접했던 클래식 연주법이 오히려 재즈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어요.

클래식을 배운 점이 재즈에 도움이 되기도 했나요?

클래식 피아노를 치면서 운지법을 비롯한 테크닉은 기반을 잡았어요. 더불어 초견, 해석, 프레이즈 등 클래식에서 공부한 내용이 재즈 연주를 풀어갈 때도 큰 도움이 되죠.

음악인이라면 자기만의 색을 갖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동안 제가 경험한 모든 음악이 결국 경쟁력이 된 셈이죠. 오는 <대관령겨울음악제 2019>에서도 클래식 연주자와 협업할 기회가 생기잖아요.

특별히 추구하는 음색은 있나요?

말하자면 따뜻하면서 명료한 음색을 좋아해요.

재즈 피아니스트는 음향장비를 거쳐서 공연할 때가 많습니다. 어쿠스틱 환경에서 연주하는 클래식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재즈를 비롯한 대중음악에서는 다양한 악기가 함께 연주할 때가 많잖아요. 특히 전자악기가 포함된 편성에서 피아노 소리를 제대로 내려면 어쩔 수 없이 마이크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그렇지만 어쿠스틱 환경에서 연주하는 것이 더 편하죠. 피아노의 울림을 그대로 객석에 전달할 수도 있고, 섬세한 부분까지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전자 장비를 사용하면 연주법도 달라지나요?

터치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마이크를 통해 나가는 소리가 날카롭거나 인위적이게 들리지 않도록 주의하죠. 특히 무대에서 다른 악기와 균형을 맞추려면 계속해서 다이내믹을 점검해야만 하죠. 또한, 페달을 더 활용해서 소리가 뭉치지 않도록 주의해요.

 

피아니스트 송영주. 송영주 제공

장르마다 연주에 필요한 감각이나 요소가 다른가요?

음악적 감각은 장르의 구분 없이 발휘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장르마다 구성 요소가 다르다는 점은 유의해야죠. 모든 장르는 저마다 지닌 고유의 특성이 있고, 이를 체득하려면 그 음악을 오래 듣고 탐구를 해야 하거든요. 클래식, 국악, 재즈, 가요 등 장르에 구분 없이 전문 음악인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해요.

독주에서 왼손을 발전시킬 필요성을 느꼈다고 하셨습니다.

재즈에서 주로 오른손이 멜로디와 솔로 라인을 담당하잖아요. 여기에 왼손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거죠.

구체적인 연습 방법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오른손과 유니즌인 라인을 연주한다든가, 오른손의 연주와 상반되는 라인을 만든다든가, 오른손이 컴핑(보이싱에 리듬을 넣어서 연주하는 것)하는 동안 왼손으로 즉흥연주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요즘에는 왼손은 폴리 리듬 패턴을 이용해 연주하고, 그동안 오른손이 중심은 잃지 않으면서 마디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다른 재즈 피아니스트에 비해서 연주에 클리셰가 없다는 평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부분을 경계하면서 연주를 하나요?

굳이 클리셰를 경계하지는 않아요. 그저 재즈 언어를 체화하도록 집중해요. 익숙한 라인도 예측할 수 있거나 뻔하지 않게 연주하는 거죠. 이를테면 터치와 해석 또한 다른 연주자와 차별화하는 중요한 요소니까요.

 

송영주의 솔로 피아노. / 유튜브 온스테이지ONSTAGE

 

교육자의 역할과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죠?

교육자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요. 단순히 음악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관리하고 행정 업무까지 도맡으니까요. 가끔은 연주와 작곡에 더 집중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음악 활동과 교육 가운데 한 가지를 택하고 싶지는 않은가요?

지난 2005년에 낸 데뷔 음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1장의 앨범을 발매했어요. 또한, 세션 연주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왔죠. 이렇게 활동하는 가운데 강의를 빼먹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직접 음악 활동을 하는 것만큼이나 교육에도 열정이 있거든요.

학생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행복할뿐더러, 이제는 교육자의 모습이 제 삶의 일부가 되었어요. 결국, 음악 활동과 교육은 선택이 아닌 균형의 문제 같아요.

 

피아니스트 송영주. 송영주 제공

작곡가로서 어떤 음악을 추구하시나요?

음악에서 작곡하는 사람이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요즘 저는 복잡하고 화려하기보다는 여유 있고 편안한 게 좋아요. 음악 역시 그렇겠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그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이런 음악이 나오기 위해서는 더욱더 깊고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껴요.

음악적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요?

그때그때 달라요. 여행하면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책이나 영화에서 음악적인 감명을 받기도 해요. 더불어 어떤 감정이 올라올 때 곡을 자연스레 쓸 준비가 되죠. 요즘은 영감이 좀처럼 안 떠올라서 여행을 가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작곡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요?

보통은 연습하다 우연히 곡을 쓰게 돼요. 멜로디가 들리면 자연스럽게 화성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때로는 리듬 패턴 아이디어를 가지고 발전시키기도 해요.

작곡과 즉흥연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둘 다 창조적 활동이란 점에서 같아요. 하지만 작곡은 시간을 갖고 얼마든지 수정을 해가면서 완성할 수 있다면 즉흥연주는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여행이라는 점이 다르죠.

같은 곡도 다시 연주해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점이 즉흥연주의 짜릿한 묘미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작곡도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이걸 긴 호흡으로 계속해서 다루잖아요. 결국,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긴 하네요.

음원 녹음과 무대 연주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음원 작업을 할 때도 라이브와 마찬가지로 시간 예술이란 점은 같아요. 하지만 녹음은 연주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다듬을 수 있어요. 장르에 따라서는 오버더빙을 하거나 소리를 입히기도 하죠.

무대 연주의 가장 큰 매력은 우연성과 생동감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장의 분위기, 습도, 온도, 연주자의 상태, 관객 반응 등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소리가 나오죠.

재즈 연주를 녹음할 때는 다른 장르와 차이점이 있나요?

재즈 음반을 만들 땐 모든 악기의 녹음을 동시에 진행해요. 또한, 짜깁기하거나 고치지 않고 한 테이크(처음부터 끝까지 연주를 마치는 것)를 그대로 담아내는 경우가 많아요.

연주 중간에 아쉬운 음이 있거나 예측할 수 없던 상황이 생겨도 즉흥성의 묘미를 남기는 데 초점을 두죠. 그런 의미에서 재즈 연주 녹음은 무대 연주와 닮았어요.

프로듀서로 작업하실 때도 즉흥성을 중요하게 다루나요?

네. 큰 흐름을 중요하게 여기고, 연주자들이 자기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도록 편하게 해주려고 해요.

음악적 에너지가 고갈될 때는 어떻게 대처하나요?

저는 좋은 공연을 보면서 자극을 받아요.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떨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의 몸짓, 시선, 에너지를 쏟아내면서 만드는 좋은 소리에 감탄하죠.

객석에서 감상할 때마다 무대에 서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다시금 깨닫죠. 겸허한 마음으로 매번 주어지는 무대를 잘 준비하자고 다짐해요.

 

송영주 솔로 피아노 콘서트 티저. 유튜브 블루룸뮤직Blue Room Music

 

<대관령겨울음악제 2019>에서 ‘Baroque & Blue’ 프로그램에 참여하십니다. 프로그램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해주세요.

손열음 예술 감독님의 부탁으로 플루티스트 조성현 씨와 함께 끌로드볼링의 ‘플룻과 재즈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을 연주해요.

재즈를 공부하기 전에 즐겨 듣던 곡을 다시 연주하게 돼 새로워요. 클래식과 재즈적인 요소가 결합해 흥미로운 곡이에요. 오래간만에 악보를 보면서 연주하려니 긴장도 되네요. (웃음)

재즈곡도 연주하시죠?

이번 공연에서는 황호규(베이스) 씨, 스티브 프루잇(Steve Pruitt, 드럼) 씨와 두 곡을 연주해요.

‘Blue Monk’는 비밥 재즈 피아니스트 셀로니어스 멍크의 독특함과 경쾌함이 묻어있는 블루스 곡이에요. 또한, 제 음악이 저를 잘 대변한다고 생각해서 자작곡 ‘Tale of a city’를 선곡했어요.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조화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라 여겨져요.

올해 예정된 활동일정을 소개해 주세요.

오는 2월 8일에 JCC아트센터에서 ‘BRM재즈퀄텟’ 공연이 있어요. 3월에는 재즈보컬리스트 써니 킴 씨와 함께 작업한 ‘Tribute’ 듀오 음반이 나와요. 발매 기념 공연도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팬텀싱어> ‘포르테 디 콰트로 언플러그드’ 공연에 참여해요. 또한, <팬텀싱어>에 참가한 ‘미라클라스’ 팀에서 따로 진행하는 재즈 프로젝트 ‘필인’ 음반발매와 공연도 앞두고 있어요. 더불어 서울재즈페스티벌, 서울뮤직위크, 재즈토닉 등 다양한 무대에 설 예정이에요.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피아니스트 송영주. 송영주 제공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는 한국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Bob Mintzer, George Garzone, Nancy Marano 등 대가들과 연주를 하는 것은 물론 젊은 재즈신을 주도하고 있는 Mark Turner, Vincent Archer, Marcus Gilmore와 함께 ‘송영주 뉴욕 쿼텟’을 결성하는 등, 뉴욕 재즈신에서도 활발한 활동과 음악적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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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겨울음악제 2019

공연명 : 대관령 겨울음악제 2019

일 시 : 2019년 2월 7일~16일

장 소 : 서울, 평창, 강릉 및 원주, 춘천, 정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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