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이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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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이정란 ⓒ Jino Park

이른 나이에 독주, 실내악, 오케스트라를 두루 경험한 첼리스트는 흔치 않다. 첼리스트 이정란은 다양한 활동을 기반으로 무대에서 균형 잡힌 음악을 선보인다. 특히 음악사조를 따라 기획한 첼로 리사이틀 프로젝트에서 이정란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오는 1월 2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이정란 첼로 리사이틀(Franz & Felix)〉가 열린다. 이번 공연은 부제에서 드러나듯 프란츠 슈베르트와 펠릭스 멘델스존의 작품을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지난 2015년에 이정란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모두 리사이틀에서 선보였다. 또한,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 공연을 마쳤다. 바흐와 베토벤의 다음 세대인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을 이번 공연에서 조명한다.

이정란은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은 상반된 삶만큼이나 음악 세계도 다르다”라며 “특히 이번 공연에서 두 작곡가를 대조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리사이틀 프로젝트를 통해 바흐부터 라흐마니노프까지 음악사의 큰 흐름을 첼로 연주로 전해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리사이틀 프로젝트의 3번째 파트를 준비하고 있는 이정란을 만나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글 | 기획장 이상권

첼리스트 이정란 ⓒ Jino Park

현재 어떤 첼로로 연주하나요?

엔리코 폴리티(Enrico Politi)가 만든 1938년산 첼로에요.

제작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엔리코 폴리티는 로마에서 활동했던 악기 제작가예요. 그렇지만 생전에 첼로 제작을 많이 한 편은 아니에요. 악기 개수만 보면 희소한 편이죠. 제가 쓰는 첼로는 첼리스트 엔리코 마이나르디를 위해 제작했다고 알려졌어요.

모던 악기를 쓰시는 이유가 있나요?

프랑스 악기재단으로부터 베르나르델을 대여받은 적도 있고, 한동안 금호악기은행에서 지오반니 파올로 마치니를 받아서 활동했어요. 이런 올드 악기는 시간의 힘을 견뎌낸 만큼이나 고급스러운 소리가 나죠. 반면 악기 내구성을 비롯한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요. 특히 지오반니 파올로 마치니는 1600년대에 만들어진 악기라서 정말 예민했어요.

말하자면 악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주어진 예산 안에서 건강한 악기를 찾은 셈이죠.

엔리코 폴리티(1938)의 음향적 특색은 어떻습니까?

악기가 튼튼한 만큼 프로젝션이 좋아요. 또한, 소리가 밝은 편이에요.

현은 어떻게 구성해서 쓰나요?

현은 라르센과 스피로코레의 조합을 가장 많이 써요. 그렇지만 조금 더 따뜻한 소리를 원할 때는 저음에 벨칸토 골드를 끼우기도 하고, 비교적 파워풀한 소리를 원할 때는 야가나 에바 피라찌로 고음현을 대체 하기도 하죠.

바흐를 비롯해 바로크 레퍼토리를 연주할 때는 거트와 스틸이 섞인 피라스트로의 파씨오네를 자주 사용해요.

연주용 활은 어떻게 쓰시나요?

활은 사토리 제품만 두 종류를 써요. 한 활은 둥글고 어두운 음색을 내고, 다른 활은 밝고 각진 소리를 내죠. 레퍼토리에 따라서 바꿔가며 연주해요.

공연장에 도착하시면 무엇부터 점검하세요?

공연장 울림부터 신경을 써요. 잔향에 맞춰서 연주해야 하거든요. 이를테면 윙윙거리는 홀에서는 음을 짧게 처리해야 할 때가 많아요. 또한, 소리가 울리는 환경에서 너무 빠른 템포를 구사하면 연주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아요.

특히 솔로 연주에서는 프로젝션을 더 신경을 쓰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나 롯데콘서트홀에서 협연할 때에는 그에 맞는 운궁법을 구사하면서 아티큘레이션을 살리려 노력해야 하거든요.

대형 공연장보다는 중형공연장을 선호하나요?

음향 측면에서 보자면 그렇죠. 통영국제음악당, 고양아람누리에서 연주할 때가 좋았어요. 실내악의 경우에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이 마음에 들었고요.

큰 홀에서 첼로를 연주할 때는 신체적인 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죠?

당연하죠. 체중이 40~50kg 나가는 여성 첼리스트가 몸무게가 두 배 가까이 차이나는 남성 연주자와 비슷하게 소리를 내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요. 이를테면 무게를 더 잘 실어내기 위해서 활이 가는 방향으로 몸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죠. 그렇지만 몸을 너무 많이 쓰면 오히려 전달에 한계가 있어요. 실수가 날 확률도 높고요.

물리적인 힘에서 차이가 난다면 어떻게 극복하나요?

예를 들어 제가 120kg이 넘는 첼리스트와 같은 힘을 낼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연주에는 역동성만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섬세함과 부드러운 면을 살려내면 더 좋은 연주를 전해드릴 수 있어요.

물론 표현력이 아무리 좋아도 최소한의 전달 요건은 만들어야죠. 연주에서 자주 쓰는 어깨 근육을 스트레칭으로 자주 풀어주고 등과 코어근육 위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고전 레퍼토리와 현대 레퍼토리를 연주할 때 어느 편이 더 수월한가요?

둘 다 악보를 통해 작곡가의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은 같아요. 그렇지만 고전 연주가 더 어렵죠. 왜냐하면, 이미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해석이 존재하니까요. 여기서 제 개성을 살림과 동시에 더 나은 연주를 끌어내려면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반면 현대 레퍼토리는 악보 자체는 읽기 어려워도 해석의 부담은 적어요. 또한, 작곡가와 면밀하게 상의해서 다양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어요. 이 과정을 통해 연주가 더 효과적으로 자리잡히기도 해요.

해석하는 과정에서 기존 레코딩을 참고하나요?

특별한 경우에는 그렇게 하죠. 예를 들어 바흐의 작품은 시대 악기 연주로 들을 때 공부가 많이 되거든요. 그렇지만 이번에 공연할 멘델스존의 작품은 다른 연주를 많이 듣진 않아요. 아무래도 타인의 연주를 듣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리사이틀마다 작곡가를 정해서 하는 이유가 있나요?

여러 작곡가를 섞어서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바흐 공연을 시작으로 한 작곡가 혹은 같은 시기를 중심으로 공연을 기획했어요. 이렇게 준비하면 한 작곡가에 대해서 더 몰입하게 되거든요. 같은 곡이라도 다른 작곡가의 작품과 섞어서 연주할 때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가 생기죠.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직접 구상하신 건가요?

제목까지 제가 직접 고민해서 결정했어요. 곡마다 어떤 연관성이 있고, 이 작품을 왜 연주하고 싶은지 질문을 던져가며 선정한 프로그램이에요. 바흐를 시작으로 주요한 작곡가와 시대를 중심으로 공연을 다룰 예정이에요.

이미 바흐, 베토벤 리사이틀은 했어요. 이번 〈Franz & Felix〉에서는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을 다뤄요.

바흐, 베토벤 다음으로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베토벤이 죽음을 앞두고 슈베르트와 만난 일화는 유명하죠. 슈베르트는 존경하는 작곡가인 베토벤이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에 절망했고, 베토벤은 슈베르트의 음악성을 인정했어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세대와 세대를 잇는 중요한 접점이라 생각해요.

슈베르트를 선정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간 멘델스존을 대조적으로 배치했어요. 두 사람은 요절한 것 외에는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죠. 베토벤의 다음 세대를 입체적으로 다루기 위해서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의 작품을 한 프로그램으로 묶었어요.

이번 〈Franz & Felix〉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1부는 슈베르트, 2부는 멘델스존의 작품으로 나눠서 구성했어요. 슈베르트의 작품은 모두 단조, 멘델스존의 작품은 모두 장조로 두 작곡가의 상반된 삶을 고려했어요.

슈베르트는 첼로 곡은 없습니다. 어떻게 풀어가실 예정인가요?

슈베르트의 작품을 어떻게 첼로로 표현할지 고민했어요. 슈베르트의 600편의 넘는 가곡에서 겨울에 잘 어울리고 관객들이 익숙할 만한 작품으로 선정해서 첼로로 연주해요.

첼로와 가장 유사한 아르페지오네를 위해서 쓴 소나타도 사실 가곡에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가곡을 먼저 배치하고 뒤에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해요.

특별히 공연을 앞두고 참고한 문헌이 있나요?

이번에 이안 보스트리지가 쓴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 닐 웬본이 쓴 <멘델스존, 그 삶과 음악>을 읽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작곡가의 심리와 작품이 탄생한 계기를 서사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흔히 멘델스존하면 윤택하고 좋은 교육을 받은 작곡가로 알려졌잖아요. 멘델스존의 작품과 함께 그의 생애를 공부하면 단편적인 정보 외에도 많은 부분이 드러나죠. 한 작곡가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일은 작곡가와의 거리를 좁히는 일과 다르지 않아요.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 목프로덕션 제공

이번 리사이틀의 파트너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무대에 오릅니다. 호흡이 잘 맞는 편인가요?

아직 일리야와 함께 리사이틀을 진행한 적이 없어요. 오는 공연에서 일리야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요.

어떤 계기로 두 사람이 함께 준비하게 되었나요?

제가 속한 ‘트리오 제이드’와 일리야는 음악적 친구예요. 서로 연주회에 갈 만큼 교류가 잦아요. 특히 박지윤 씨의 브람스 전곡 공연에서 일리야가 피아노를 맡았어요.

일리야의 연주를 감상하면서 언젠가 꼭 같이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공연에서 그 바람이 이뤄졌네요.

리사이틀 프로젝트는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멘델스존이 끝인가요?

공약처럼 보일 것 같아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네요. (웃음)

지금까지 바흐부터 멘델스존까지 독일 작곡가를 다뤘어요. 그래서 다음 리사이틀은 생상스부터 풀랑까지를 다룬 프랑스 레퍼토리를 구상하고 있어요. 이어 동년배인 슈만과 쇼팽의 레퍼토리들만을 묶은 리사이틀을 할 예정이고요. 러시안 작품들도 빠질 수 없겠죠.

바흐부터 러시안 레퍼토리까지 이어지는 리사이틀 프로젝트에서 브람스를 다루지는 않는 이유가 있나요?

리사이틀 프로젝트에서 브람스는 따로 뺐어요.

브람스는 워낙 좋아하는 작곡가예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는 물론이고 모든 실내악 작품을 다 연주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앨범 계획은 있나요?

제가 20대를 파리에서 보냈어요. 그곳에서 보낸 날들이 무척 소중했고 평생 남기고 싶은 추억이 되었죠. 이를테면 첼리스트 이정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양분이 된 프렌치 레퍼토리를 묶어 음반으로 내고 싶어요.

올해나 내년 초에 발매를 목표로 앨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아직 발매 시기와 레이블 등에 대해서 협의 단계에 있어요.

첼리스트 이정란

첼리스트 이정란 ⓒ Jino Park

첼리스트 이정란은 실내악과 오케스트라 경험을 갖춘 솔리스트다. 폭넓은 활동을 기반으로 공연을 직접 구상하여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2015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연주를, 2016년 트리오 제이드의 결성 10주년 기념연주를 마쳤다. 2017-2018 시즌에는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 연주를 완성했다.

이정란은 파리국립고등음악원 학사, 최고연주자 과정과 실내악 전문사 과정을 수석 졸업했다. 또한, 서울 시립교향악단 부수석과 서울대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현재 트리오 제이드를 포함하여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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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 Felix (2019.1.26.)

공연명 : 이정란 첼로 리사이틀 <Franz & Felix>

일  시 : 2019년 1월 26일 오후 8시

장  소 :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프로그램

프란츠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D.911
I. 밤인사 Gute Nacht V. 보리수 Der Lindenbaum XI. 봄날의 꿈 Fruhlingstraum

백조의 노래 D.957
VI. 세레나데 Ständchen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D.821

-INTERMISSION-

펠릭스 멘델스존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협주적 변주곡 Op.17

첼로 소나타 제2번 Op.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