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임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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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첼리스트 임희영은 데뷔 앨범 [프랑스 첼로 협주곡]을 발매했다. 앨범 수록곡은 프랑스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이번 앨범은 지휘자 스캇 유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참여했다. 임희영은 “첫 앨범을 런던 심포니와 작업해서 영광이다”라며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3일 동안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임희영은 “프랑스 문화에 익숙한 만큼 프렌치 레퍼토리를 가깝게 느낀다”라고 밝혔다. 이번 앨범은 생상스, 랄로, 미요의 첼로 협주곡과 함께 오펜바흐 ‘자클린의 눈물’, 마스네 ‘타이스 명상곡’까지 담겨 있다.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임희영과 이야기를 나눴다.

임희영 데뷔 앨범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

현재 연주하시는 첼로를 소개해주세요.

1714년산 과르네리로 연주하고 있어요. 이 첼로는 볼프강 보에처(Wolfgang Boettcher) 선생님께서 선뜻 대여를 해주셨어요.

볼프강 보에처 선생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또한,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볼프랑 보에처 선생님은 카라얀 시절에 베를린 필하모닉의 첼로 수석으로 유명하세요. 10년쯤에 독일의 한 아카데미에서 사제 관계로 만나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요.

악기의 음향적 특색은 어떻습니까?

비유하자면 오랜 와인과 같아요. 성숙한 울림을 느낄 수 있거든요.

바이올린에서 과르네리는 다루기 어렵다는 평이 많습니다. 첼로의 경우는 어떤가요?

과르네리마다 악기가 달라서 일괄적으로 말하긴 조심스러워요. 다만 제 악기는 말씀하신 대로 다루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악기가 깨진 부분이 있어서 프로젝션에 어려움이 있죠. 볼륨이 큰 첼로가 아니라서 대형 콘서트홀에서 연주할 때나 오케스트라 협연에서 더 신경을 써야 해요.

첼리스트 임희영

표현력과 전달력 가운데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는 편입니까?

둘 다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해요. 그렇지만 상황에 맞게 연주하는 게 필요하죠.

큰 홀에서 협연할 때는 전달력을 먼저 생각할 때가 많아요. 무대 뒤편까지 일단 다 들리게 해야 하니까요. 반면 작은 홀에서 피아노와 듀오 무대에 오를 때는 두 악기가 모두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더 집중해요.

공연장마다 울림의 상태와 관객 반응이 다릅니다. 당일 분위기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지나요?

큰 틀에서 해석 자체는 바뀌지 않아요. 다만 연주 환경에서 영감을 받기도 해요. 전체 그림은 유지하되 그날 분위기를 타는 부분은 있는 거죠.

어떤 활로 연주하나요?

프랑스 제작자 ‘페캇(Dominique Peccatte)‘이 만든 활을 써요. 페캇 활이 지닌 고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색깔이 있어요.

현재 첼로 현은 어떻게 구성해서 쓰나요?

조금 특이한 조합으로 쓰고 있어요. A 현은 라센 마그나코어, D 현은 에바피라찌 솔리스트, G와 C 현은 스피로코레 텅스텐 제품을 써요.

첼로 현을 다양하게 섞어서 쓰시는 이유가 있나요?

현재 조합이 이상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지금 악기가 지닌 음량적인 한계를 보완해줄 수 있는 쪽으로 고민을 해서 이렇게 여러 제품을 섞어서 쓰고 있어요.

특별히 추구하는 음색은 있나요?

특별히 어떤 음색을 꼭 내야겠다는 기준이나 목표는 없어요.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은 제 연주를 “부드럽고 우아한 편”이라고 평을 해주시곤 해요.

임희영의 로테르담 필하모닉 첼로 수석 당시 연주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첼로 수석으로 계셨습니다. 솔로 시절과 비교해서 음악적으로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우선 솔로 활동과 비교해서 다루는 작품의 폭이 넓어졌죠. 같은 작곡가를 공부하더라도 더 많은 편성의 작품을 다룬 쪽이 음악적 시야를 넓히기 유리해요. 지휘자와의 소통을 비롯해 음악적으로 많은 걸 배웠어요.

오케스트라 단원 활동이 솔로와 비교해서 아쉬운 점은 무엇입니까?

오케스트라는 여러 파트가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잖아요. 악장의 경우라면 입장이 다르겠지만, 단원 대부분은 자기 색을 드러내기가 어려워요. 특히 첼로는 오케스트라에서 주로 받쳐주는 역할이라서 더 그런 경향이 있어요.

교수 재직 후에 오케스트라와 비교해서 개인 활동이 늘어났나요?

중국 베이징 중앙음악원에서 교수직을 제안받았을 때, 학생을 가르치면서도 솔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소속 교수진이 출강 일정을 제외하면 활발히 연주 활동을 하는 편이에요.

학생을 가르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경험은 무엇인가요?

중앙음악원에서 학생을 가르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실기시험에서 실력이 급상승한 제자가 나왔어요. 다른 교수님들께서 “새로 오신 교수가 잘 가르쳤다”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고 뿌듯했죠.

학생을 엄격하게 가르치시는 편인가요?

강하게 가르치기만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이를테면 당근과 채찍을 잘 써서 학생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어야겠죠.

엄격하게 가르쳐야 반응이 빨리 올 때가 분명 있어요. 반면 재밌게 진행하면서 학생이 받아들일 여유를 주는 것도 필요해요.

학생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음악적으로 도움을 받기도 합니까?

레슨은 학생과 함께 음악적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에요. 학생의 시각에서 고민을 거듭할수록 저 역시 더 다양한 관점으로 음악을 다룰 수 있어요.

유럽에서 교육을 받을 때 유리한 점은 무엇인가요?

유럽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오는 음악적인 영감이 있어요. 한국에서는 아무리 좋은 선생님에게 교육을 받더라도 이런 부분까지 다 채우기 어렵거든요. 유럽에서 공부한다는 건 교육 내용을 넘어서 문화적 역량을 키우기에 유리하죠.

아시아권 학생들은 문화적인 이해가 부족한 편인가요?

바흐, 브람스, 생상스를 같은 식으로 연주를 할 수는 없잖아요. 아시아 학생들은 기교적으로 뛰어나도 문화적인 배경과 작곡가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때가 있어요.

어떤 연주를 성공이라 여기나요?

연주자는 음정과 박자만 정확히 지키는 기계가 아니잖아요. 자기만의 철학과 작곡가의 의도를 담아서 연주할 수 있어야죠. 음악적인 메시지를 단 한 명의 관객에게라도 전달한다면, 그날의 공연은 성공이라 여기고 있어요.

악보를 해석하실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무엇보다 작곡가의 언어를 이해해야죠. 또한, 그 시대의 관습을 파악해서 연주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해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작곡가와 시대를 더 세밀하게 파악할수록, 악보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많아져요.

그 시대 분위기나 주법 등을 살리려고 하나요?

가능한 한 그 시대 분위를 구현하려고 하죠. 작곡가의 지시어와 시대 배경을 이해해요. 다음에 저만의 개성을 입혀서 연주로 풀어가요.

외국어에 능숙하면 작곡가의 지시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나요?

불어를 알면 프랑스 작곡가의 지시어가 더 자연스럽게 다가와요.

예를 들어 이번에 녹음한 생생스의 첼로 협주곡은 3악장에 ‘un peu moins vite’라고 적혀 있어요. 원래 뉘앙스는 템포를 유지하면서 조금만 덜 빠르게 하라는 거죠. 그렇지만 불어의 뉘앙스를 모르면 템포로 바꿔서 훨씬 느리게 연주하는 일이 발생해요.

첼리스트 임희영

이번 [프랑스 첼로 협주곡]에 첼로 협주곡을 3곡이나 수록했습니다. 각 작품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은 첼리스트 사이에서 주요 레퍼토리로 여겨져요. 그만큼 대중적이면서도 중요한 작품이죠. 또한, 랄로의 첼로 협주곡은 상상력이 가득한 곡이에요. 곡에서 스페인 특유의 정열적인 분위기가 느껴질뿐더러 매력적인 선율을 감상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미요의 첼로 협주곡은 많이 다뤄진 작품이 아니에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세상에 더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을 함께 작업한 런던 심포니와는 호흡이 잘 맞았나요?

런던 심포니는 앨범 경험이 풍부한 악단이에요. 3일 동안 이렇게 많은 작품을 녹음할 수 있는 악단은 런던 심포니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거예요. 주어진 여건 안에서 악단이 저를 능숙하게 잘 받쳐줬어요.

녹음과정에서 해석은 의도대로 잘 이뤄졌나요?

오케스트라와 연주자의 호흡이 우선이었어요. 예를 들어 랄로의 협주곡에서 제가 구상한 템포가 있었지만, 지휘자의 의견이 달라서 절충한 템포로 녹음했어요.

지휘자는 악단과 연주자의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해요. 그런데 앨범 녹음을 함께한 스캇 유는 녹음 경험이 적은 젊은 지휘자거든요. 더 능숙한 지휘자였다면 제가 해석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높이면서도 악단과 잘 맞도록 이끌었을지도 몰라요.

앞으로 활동계획을 짧게 소개해주세요.

내년 4월에 <통영국제음악제>에서 독주, 실내악, 협주로 총 3번 연주해요.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서 교향악축제에 참여하고, 6월에는 광주에서 광주시향과 협연해요.

해외 일정은 오는 3월에 뉴욕에서 독주회를 하고, 시카고 루즈벨트 대학교에 초청받아 마스터 클래스와 함께 독주 무대에 올라요. 7월에는 비엔나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하고, 8월에는 스위스 메뉴인 페스티벌에서 연주가 잡혔어요.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등 유럽 현지 무대에서 계속해서 연주할 예정이에요.

다음 앨범은 러시아 레퍼토리로 내년에 발매할 예정이요. 이번 가을에 녹음을 마쳤어요.

첼리스트 임희영

첼리스트 임희영

첼리스트 임희영은 이른 나이에 독주자, 오케스트라, 교수직을 두루 경험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만15세에 최연소 영재 입학했다. 졸업 후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사 과정을 밟았으며,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을 만장일치로 수석입학 및 만장일치 최우수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어 독일 바이마르 음대에서도 최고 연주자 과정을 최고성적으로 졸업했다. 또한, 워싱턴국제콩쿠르 첼로 부문 우승을 비롯해서 루토슬라브스키 국제 콩쿠르, 파블로 카잘스 국제 콩쿠르, 칼 플레시 아카데미상 등 주요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을 쌓아왔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첼로 수석을 맡았으며, 2018년 한국인 최초로 베이징 중앙음악원에 정교수로 임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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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ography

French Cello Concertos (2018)

Charles Camille Saint-Saens
Concerto for Cello and Orchestra No. 1 in A minor
01.I. Allegro non troppo
02. II. Allegretto con moto
03. III. Tempo 1- un peu moins vite – Molto Allegro

Edouard Lalo
Concerto for Cello and Orchestra in D minor Prelude
04. Lento – Allegro maestoso
05. Intermezzo: Andantino con moto – Allegro ? Presto
06. Introduction: Andante – Allegro vivo

Darius Milhaud
Cello Concerto No. 1, Op 136
07. Nonchalant
08. Grave
09. Joyeux

10. Jacques Offenbach: Les larmes de Jacqueline

11. Jules Massenet: Meditation from Th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