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 제작가 홍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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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 제작가 홍윤식 ⓒ 이상권
90년대 중반까지 한국에서 체계적으로 클래식 기타를 제작하는 곳은 드물었다. 당시 클래식 기타 제작을 희망하는 사람에겐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해외에 나가서 유명 제작가 밑에서 배우거나, 국내에 남아서 독학으로 제작을 익히거나.
기타 제작가 홍윤식은 혼자서 기타를 만들어 왔다. 홍윤식은 “제작 초기에는 한정된 정보와 환경의 제약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혼자서 모든 걸 고민했던 시간은 훗날에 더 큰 보상으로 돌아왔다.
“처음부터 모든 걸 다 혼자서 고민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제작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기타 제작가 홍윤식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글 | 기획장 이상권

 

클래식 기타 제작가 홍윤식 ⓒ 이상권

클래식 기타 제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창시절에 그룹사운드에서 활동했을 만큼 음악을 좋아했어요. 음악을 하면서 클래식 기타를 접하고 그 음색이 주는 매력에 빠져버렸죠. 졸업 후에 클래식 기타 연주를 전공할까도 고민했어요. 그렇지만 기타 연주를 뒤늦게 배웠기 때문에 연주력이 쉽게 늘지는 않았어요. 대신 제작 분야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죠.

처음에 어떻게 제작을 배우셨나요?

1990년에 제작을 시작했어요. 당시에 국내에서 클래식 기타 제작을 배울만한 곳이 거의 없었어요. 잠시 큰 기타 제작 업체에서 일을 해보기도 했는데, 라인에서 부분 작업만 해서 기타 제작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익힐 수가 없었어요.

결국, 회사를 나와서 혼자 제작을 시작했죠. 기타 제작에 관한 해외 자료를 수집하고, 마스터 클래스를 참관하면서 제작 노하우를 익혔어요.

스승에게 직접 배우는 과정과 비교해서 독학의 길은 오래 걸리나요?

배우는 과정 자체는 오래 걸렸죠. 그렇지만 이론적으로 익힌 부분을 숙련시키는 과정은 오히려 독학이 빠를 수도 있어요. 직접 경험을 통해서 습득한 건 몸에 그대로 체득되거든요.

도제식 교육도 배우는 기간은 2~3년 정도예요. 이렇게 배운 걸 바탕으로 혼자서 경험을 계속해서 쌓아 나가야 제대로 된 기타를 만들 수 있어요. 독학은 이 과정을 한 번에 하는 거죠.

기타 제작을 숙련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기술적인 부분은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혀져요. 도면을 따라서 외형적으로 똑같이 만들어도 좋은 소리가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소리를 잡아 나가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고 오래 걸려요.

손재주가 없어도 기술적인 부분은 노력과 경험으로 해결이 되나요?

어느 정도까지는 따라갈 수 있어요. (웃음)

손재주가 너무 없으면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자꾸 불안감이 생겨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기 어렵기도 하고요.

기타 제작가 홍윤식 ⓒ 이상권

제작자마다 추구하는 소리가 다르잖아요. 기타에 어떤 소리를 담아내려고 하나요?

클래식 기타는 어쿠스틱 기타의 한 부분이에요. 나일론 현을 걸어서 내는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이 특징이죠. 물론 현대에 넘어오면서 음량도 커지고 화려해진 측면은 있어요. 그렇지만 최종적으로 아름답고 포근한 소리가 클래식 기타의 본질이라 생각해요.

요즘 트랜드에 따른 기타는 제작을 지양하나요?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제작자로서 최신 트랜드를 익히는 것도 분명 중요하거든요. 더블탑, 격자구조, 카본을 덧대는 방식 등 현대 기타 흐름에 맞춘 악기도 계속해서 제작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온라인이나 문헌 등을 통해서 최신 제작 흐름을 익히고, 여기서 더 관심이 가는 제작 기법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서 익히곤 해요.

기존의 악기를 모방해서 제작하면 어느 정도까지 소리를 구현할 수 있나요?

공개된 자료 중에는 명기라 불리는 악기 도면도 있어요. 악기의 전체적인 구조부터 각 요소의 나무 두께의 밀리미터 단위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어요. 이 도면대로 정밀하게 구현해내면 그 악기가 추구하는 매력적인 음색은 비슷하게 나오긴 해요. 그렇지만 다 나오지는 않죠.

도면을 참고해서 만들더라도 목재 상태를 고려해야죠. 전판 두께, 브레이싱(보강목)의 위치, 각 부품의 밀도까지 조정해가면서 소리를 잡아내죠.

구매자의 신체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제작한 악기도 있나요?

사전 제작의 경우에 구매자를 고려해요. 때로는 구매자가 자신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스케일을 좁혀달라고 할 때가 있어요. 이렇게 만들면 음량과 음폭은 줄어요. 이걸 감수하고도 연주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하는 거죠. 또한, 손이 작은 고객께서 넥의 두께를 얇게 만들라고 요구한 적도 있어요.

요즘 목재의 인공건조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연건조하고 인공건조는 확실하게 달라요. 목재를 건조기에서 구우면 나무 조직의 변형을 피하기가 어려워요. 또한, 인공건조 목재를 가지고 작업을 하면 질감이 ‘숯’처럼 느껴져요. 연마할 때마다 가루가 흩날리죠.

결국, 인공건조를 하면 공명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쉽게 말해 울림이 맑지 않아요. 아직까진 고급 클래식 기타에는 적합하지 않죠.

계절에 따라서 작업실 환경이 바뀔 것 같아요. 특히 습도를 어느 정도로 조정을 하나요?

클래식 기타는 습도에 민감한 나무로 이뤄졌어요. 그런데 한국의 사계절은 전부 습도가 다르죠. 모든 계절을 만족시킬 수는 없어요. 연 평균에 가까운 50% 정도를 기본 습도로 설정해서 관리하죠. 그렇지 않으면 습도 변화에 따라서 목재가 휘거나 다른 문제가 연이어 발생해요.

장마철이나 건조한 겨울철에는 어떻게 작업실의 습도를 맞추나요?

습도가 높으면 제습기를 쓰고, 반대로 습도가 낮으면 가습기를 쓰죠. 그렇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요. 특히 습도가 높을 때는 제습기를 아무리 돌려도 쉽지 않거든요. 차라리 습도가 없는 상태에서 적정 습도로 올리는 건 상대적으로 수월해요.

사실 장마철에는 습도에 연관한 작업은 하지 않아요. 아주 건조한 날에도 평소보다 작업량이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기타를 편하게 제작할 수 있는 기간은 봄과 가을을 더해서 4달 정도에요.

기타 제작가 홍윤식 ⓒ 이상권

목재는 주로 어떤 걸 쓰시나요?

클래식 기타에서 울림은 앞판이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주로 앞판은 시더나 스프루스 목재를 애용해요. 개인적으로 독일산 스프루스 목재를 최고로 생각하죠. 밀도, 강도, 탄성 모두 적절해서 맑고 선명한 음색이 나와요.

클래식 기타에서 음량의 균형은 어떻게 잡습니까?

일단 제작가가 귀를 열어야 해요. 음의 균형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사실 음량 균형이 완전히 뒤틀린 악기는 구조적으로 잘못된 경우에요. 제작 경험이 쌓이면 이런 경우는 드물어요.

대체로 음량 밸런스는 제작과정에서 브레이싱과 두께 조정을 통해서 잡을 수 있어요.

악기가 완성되면 바로 연주할 수 있나요?

악기가 만들어졌다고 다 된 것은 아니에요. 세팅이라고 튜닝 과정을 2~3달 거쳐요.

악기 완성 후 세팅을 거치면 공명이 제대로 잡힌 상태가 되나요?

세팅은 악기 소리의 밸런스가 잘 잡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에요. 기타마다 다르긴 하지만, 새 악기를 1년 정도 연주하면 공명이 잘 잡혀요.

현재 상급자용 기타만 만드시나요?

초기에는 저가부터 고가까지 여러 기타를 만들었어요. 이렇게 기타 제작을 시작한 지도 30년 가까이 되니까, 제게 주어진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걸 느꼈죠. 더 뜻깊은 작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현재 중급자에서 상급자에 해당하는 기타를 만들고 있어요.

만드시는 악기가 다른 기타와 비교해서 어떤 음향적 특성이 있나요?

제 악기는 연주가 편해요. 따뜻하고 포근한 음색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요. 현대 악기하고는 방향이 다르다고 볼 수 있어요.

밝은 톤과 어두운 톤 가운데 어느 악기를 선호하시나요?

두 대의 기타를 동시에 제작한 적이 있어요. 똑같은 과정으로 만들었지만, 한 기타는 화려하고 밝은 소리를 지녔고, 다른 기타는 어둡고 무거운 음색이 나왔어요. 어느 쪽이 좋다기보다는, 저마다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어요.

연주자는 보통 어느 음색을 선호하나요?

음색에 따라서 기타를 두 대 이상 쓰는 연주자가 많아요. 특히 상판을 시더와 스프루스로 나눠서 소장하는 경우는 흔하죠. 두 목재에 따른 음색 차이가 있거든요. 물론 주로 연주하는 악기는 정해져 있겠지만요.

한 연주자의 의견에 따르면, 밝은 악기에서 터치를 활용해서 어둡게 소리를 내는 건 수월하지만, 어두운 악기에서 밝은 톤을 내기는 어렵다고 해요.

어떤 기타는 아주 조금만 다르게 눌러도 음색이 확확 바뀝니다. 기타의 민감도를 제작에서 조정할 수 있나요?

의도적으로 더 예민한 악기로 만들 수 있어요. 이미 다 만들어진 악기도 그렇게 조정할 수도 있고요. 또한, 세팅에 관한 정확도에 따라 소리의 밀도가 바뀌어요. 음이 정확하고 명료해지는 것이죠.

기타 외관 디자인은 직접 제작하십니까? 링 패턴 같은 경우에 업체가 있나요?

일명 ‘모자이크’라고 해요. 직접 패턴을 변형해서 쓰기도 했고요, 업체에 맡기기도 하죠. 한정판 기타의 경우는 디자인을 특별히 다르게 주문하고요.

한정판 기타는 무엇인가요?

‘홍윤식 스페셜 에디션’ 기타 라인업이 있어요. 대당 제작 기간을 1년으로 잡고서 한정판 기타를 제작할 계획이에요. 각 기타마다 재료와 구조를 다르게 제작하니까, 정말로 세상에 단 한 대만 존재하는 한정판이요.

올해 여름에 첫 악기가 나왔어요. 제가 70세까지 제작한다고 가정했을 때, 홍윤식 한정판 기타가 20대 정도 만들어지겠죠.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맞는 기타를 고르는 요령을 설명해주세요.

직접 연주하는 편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죠. 문제는 처음부터 연주가 능숙할 순 없잖아요. 입문자는 기타를 잘 아시는 분과 함께 기타를 고르시는 걸 추천해요.

제작자와 오래 대화를 나누는 방법도 있어요. 제작 의도와 특성을 세세하게 들을 수 있으니까 구매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죠.

클래식 기타 제작가 홍윤식

클래식 기타 제작가 홍윤식은 현재 경기도 양주시에서 홍윤식기타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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