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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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 (c) Marco Borggreve
말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읽히는 연주가 있다. 클라라 주미 강이 바이올린을 켤 때가 그렇다. 이를테면 악보에 가지런히 잠든 시간을 따라 그만의 음색으로 노래하는 것. 그저 소리의 형태를 복원한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슴 뒤편까지 전해지는 울림이 있어서, 우연히 들은 연주에서도 그의 손길을 알아채곤 했다. 나는 그것을 소리의 수화(手話)라고 부른다. 들으면서 듣지 못하는 것들을 그의 바이올린으로 헤아린다.
글 | 기획장 이상권

 

지난 4일 신사동 오드메종에서 <클라라 주미 강 & 알레시오 백스 듀오 리사이틀> 쇼케이스 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앞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피아니스트 알레시오 백스는 ‘부조니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을 연주했다. 두 사람은 준비과정 속에서 선보인 연주라고 밝혔지만, 당장 무대에 올려도 손색없을 만큼 대단했다. 더불어 본 공연에서는 얼마만큼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줄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다음날에 클라라 주미 강을 만나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 피아니스트 알레시오 백스 (오트메종, 20181004/ (c) 이상권

Q. 오는 <클라라 주미 & 알레시오 백스 듀오 리사이틀> 프랑스권 작품을 중심으로 다룹니다. 특별히 프랑스 음악으로 프로그램을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특정 문화권의 음악을 소개하겠단 목적은 아니에요. 그저 동시대에서 음악적인 교류를 한 작곡가를 묶어서 이야기가 담긴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싶었죠. 이번 공연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전환되는 시기에 함께 활동한 작곡가를 다뤄요. 

클라라 주미 강(Clara-Jumi Kang) ⓒ Marco Borggreve

Q. 이번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작곡가의 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해줄 있나요?

존경과 영감을 주고받은 ‘음악적 친구들’이죠.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는 이자이의 결혼 선물로 헌정된 곡이에요. 이자이는 헌정곡을 포함해서 여러 무대에서 부조니와 함께 연주했어요. 부조니 작품에서는 드뷔시, 프랑크에서 영향받은 부분이 보이기도 하고, 드뷔시의 작품은 실내악을 포함해서 이자이가 초연을 맡은 경우가 꽤 있었어요. 

Q. 이번 프로그램의 구성을 자세히 말씀해주실 있나요?

‘드뷔시 바이올린 소나타’는 오프닝으로 좋은 작품이에요. 여기에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으로 설정하고, 중간 곡들만 바꿔가면서 공연할 때가 많았죠. 

이번 프로그램도 드뷔시와 프랑크를 앞뒤로 배치하고, 한국 관객들이 자주 접하지 못하는 곡들을 함께 구성했어요. 

Q. 한국 관객을 위해 낯선 곡을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사명감이랄까요. 항상 관객에게 좋은 작품을 더 알리고 싶어요. 

다만 생소한 작품만 구성하면 공연이 너무 멀게 느껴지잖아요. 대중적인 곡과 새로 알리고 싶은 곡을 함께 섞어서 균형을 맞추죠. 물론, 서로 연관성이 있는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요.

Q. 이자이의슬픈 어떤 작품인가요?

이자이가 슬픈시를 작곡하기 전에 음악적인 고민을 겪었어요. 이자이가 바이올린의 ‘기교를 뽐내는(virtuosic)’ 작곡가로 알려진 자신의 모습에 아쉬움이 있었나 봐요. 그래서 선율이 살아있으면서 음악적 깊이를 담은 작품에 쓰기로 했어요. 이렇게 도전하고 처음 나온 작품이 바로 ‘슬픈 시’죠. 

결국 이자이는 슬픈 시를 포함한 그 이후의 작품들은 음악적인 완성도가 높아요. 비에니아프스키의 바이올린 소품 못지않게 바이올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곡을 썼죠. 한국에서 솔로 소나타에 비해서 덜 알려져서 이번 무대에 올리고 싶었어요. 

Q. 이자이의슬픈 쇼숑의포엠 느낌이 비슷합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나요?

이자이의 슬픈 시와 쇼숑의 포엠은 흡사한 면이 있어요. 한국에 더 알려진 쇼숑의 포엠은 사실 이자이의 영향을 받아 더 늦게 만들어진 곡이거든요. 쇼숑은 이 곡을 작곡할 당시에 바이올린 연주로 구현이 가능한지 이자이에게 자문을 받았어요. 이렇게 쇼숑은 포엠을 완성하고 이자이에게 헌정했어요. 

Q. ‘부조니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 어떻게 선정하신 건가요?

듀오 리사이틀을 진행하면 반드시 피아니스트가 하고 싶은 소나타를 하나 넣어요. 부조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피아니스트 알레시오 백스의 추천으로 넣은 작품이에요. 

부조니는 피아노 작곡으로는 한국에도 유명하지만, 국내에 바이올린 작품은 덜 알려졌거든요. 두 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것 이상으로 넓은 음악이에요. 특히 피아노가 곡의 세팅을 다해하죠. 파트너를 믿고 도전했어요. 

Q. 부조니의 작품은 바리에이션 별로 개성이 강한 편인데, 전체 흐름을 잡기가 까다롭지 않았나요?

부조니 바이올린 소나타의 경우에는 각 바리에이션별로 템포부터 다르죠. 특히 피아노 악보와 바이올린 악보의 문구가 달라요. 같은 지점이라도 피아노에는 차분한 진행을 요구하는 반면, 바이올린은 치고 나가라고 써져 있죠. 그래서 세세한 부분을 두 악기가 서로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바흐 코랄 이후에 각 바리에이션이 이어져요. 곡을 바리에이션 별로 해체해서 호흡을 맞추고, 나중에 전체를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어요. 

Q. 부조니 악보에는 독일어와 이태리어가 혼용되어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음악적으로 이태리적인 느낌을 요구할 때는 이태리어로 지시했고, 독일적인 느낌을 요구할 때는 독일어로 적혀 있어요. 파트너인 알레시오 백스가 이태리 사람이라서 악보를 함께 연구하기에 수월해요.

Q. 이태리 출신인 알레시오 백스가 이태리 작곡가의 작품을 받아들이는데 유리한 점은 있나요?

알레시오 백스 본인은 1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잘 모르겠다고 해요.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문화적인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겠어요. 매일 먹는 음식과 향, 거리의 소리와 건축 양식, 언어적인 발음 등 무의식에 자리해서 음악적으로 발현할 요소가 많죠. 

저는 100% 한국의 혈통이지만. 독일에서 태어나서 자랐어요. 그래서 독일 음악을 자연스레 이해한 면도 있어요. 그렇지만 문화적인 배경이 다는 아니에요.

Q. (문화적 배경을 떠나서) 한국 사람이라서 한국 작품을 체감하는 경험을 있나요?

작년에 윤이상 협주곡을 하면서 ‘피는 피구나’ 느꼈어요. 

제가 국악을 많이 안 듣고 자랐지만, 아리랑만 들어도 무의식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한국 음악엔 한국 사람들 성격이 담겨 있고, 한국인 피가 흐르는 제게도 통하는 지점이 있어요. 

피아니스트 알레시오 백스 / (C) Lisa-Marie-Mazzucco

Q. 이번 파트너인 알레시오 백스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바이올리니스트에겐 파트너는 평생이 고민이자 축복의 대상이죠. 

알레시오 백스는 독주자로서 테크닉이 출중할뿐더러 풍부한 실내악 경험이 있어요. 파트너의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연주하죠. 우리는 첫음을 낼 때부터 함께 연주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Q. 주로 전문 반주자가 아닌 솔리스트와 듀오를 하십니다. 파트너를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실내악 경험이 풍부한 피아니스트를 선호해요. 피아니스트의 기질을 떠나서 바이올린과 실내악 경험이 적으면 귀가 그만큼 열리기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실내악을 좋아하지 않거나 경험이 없는 피아니스트와는 함께 무대에 오르지 않죠.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상반된 성격을 지녔어요. 피아노는 타악기적인 리듬과 흐름이 중요한 악기지만, 바이올린은 선율이 주가 되는 악기여서 서로 잘 들을 수 있는 지점이 달라요.

Q. 실내악 경험이 풍부한 피아니스트라도 바이올린 소리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을 같습니다. 제한된 리허설 시간 내에서 이런 부분은 어떻게 조율하시나요?

정중하게 제 상황을 파트너에게 이야기하죠. 예를 들어 어떤 부분에선 더 기다려 달라고 하거나, 어떤 부분에선 패시지를 빨리할 수 없으니 타이밍을 다시 조율하자고 말을 건네죠. 실내악 경험이 풍부한 피아니스트일수록 상황을 빨리 파악해요. 

Q. 이번 프로그램의 곡들을 다른 협연자와 무대에 오르신 적이 많습니다. 같은 곡이라도 파트너가 바뀌면 새롭게 음악을 구축을 해야 텐데, 이럴 때마다 주로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접근하십니까?

리허설 전에 제가 연습을 해가지만, 피아니스트와 함께 작업하면서 많이 달라져요. 특히 제가 선호하는 솔리스트 기질이 있는 피아니스트라면 자기 의견이 강하거든요. 저는 이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바이올리니스트는 리사이틀에서 피아노를 듀오가 아닌 반주에 가깝게 생각해요. 반면 저는 모든 음악은 실내악이라 생각해요. 음악도 삶과 마찬가지로 타협을 하잖아요. 상대방이 아이디어에 확신을 지니고 의견을 제시하면 그렇게 넘어가 주는 편이죠. 

Q. 듀오 파트너와 리허설을 하는 과정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는 부분이 있나요?

글쎄요… 다행히 지금까지는 그런 상황까지는 겪지는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피아노에 터치를 안 해요. 제가 쉬고 있을 때 피아노가 하는 건 전적으로 피아니스트에게 맡기죠. 제가 멜로디를 맡는 부분에서는 색깔을 이렇게 가자고 제안은 하지만, 그렇다고 피아니스트에게 제 의견을 강요하진 않아요. 

대부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연주를 하면 피아니스트가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오히려 말이 많아질수록 불필요한 과정이 늘어날 때가 많아요. 

Q. 리허설 과정에서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요?

상대방이 귀를 닫고 있다고 느낄 때 힘들죠. 내 소리를 듣지 않고 자기 것만 하면 음악이 잘 이뤄질 리가 없잖아요. 일상에서 대화도 마찬가지죠. 제가 이렇게 말할 때 상대방이 경청하지 않고 딴생각하고 있으면 바로 느껴지잖아요. 

Q. 프랑스 바이올린 소나타는 외젠 이자이의 결혼 선물로 헌정한 곡입니다. 이번 프로그램의 곡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교류한 흔적(메모, 편지, 기타 ) 참고하셨나요?

브람스와 슈만을 할 때는 여러 자료를 공부하는 방식이 영감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어요. 특히 앨범 작업을 병행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파고들 수밖에 없었고요. 그렇지만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악보에 집중하는 비중이 커졌습니다. 프랑스 문화권 음악의 색채와 상상력을 나만의 감각으로 풀어가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Q.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타나의 원전 악보를 살펴보면, ‘프랑스 음악가(Musicien Français)’라고 적어놓은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만큼 음악에서도 프랑스인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의지를 엿볼 있는데, 프랑스권 음악의 특징이 무엇인지 짤막하게 말씀해줄 있나요?

드뷔시 소나타의 악보를 살펴보면, 바이올린 선율을 여러 악기를 상상하면서 그린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은 플루트 소리를 표현하고, 또 다른 부분에선 바순과 같은 관악기 느낌으로 다가와요. 

프랑스권 음악은 상상력과 더불어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해요. 호흡도 자유로운 편이죠. 

Q. 독일 음악과 프랑스 음악은 호흡이 다르잖아요. 박자감이 자유로운 편을 선호하시나요? 

피아니스트가 정확하고 담담하게 박자를 구하사는 걸 선호해요. 템포를 늘어졌다 빨라졌다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본 박자감은 있어야 해요. 박자감이 있는 상태에서 루바토를 하는 것과, 감각이 흔들린 상태에서 하는 건 다르거든요. 

Q.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의 악보를 보면 악기의 비중이 대등한 편이지만, 실제 공연에서는 피아노가 소리를 죽여야 바이올린이 산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악기 간의 음향 벨런스를 잡기 위해서 특별히 신경을 쓰시는 부분이 있나요?

태어나서 한 번도 피아니스트한테 소리 줄여달라는 말을 안 해봤어요. 볼륨 신경 쓰는 연주자라면 자기 색이 강한 독주자하고 듀오를 하지도 않죠. 좋은 피아니스트를 앉혀놓고 너무 소리를 줄여달라고하는 건 치지 말라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연주 중에 가끔 묻히면 어때요. 그렇지 않은가요? 피아노는 뚜껑을 완전히 열잖아요. 코드가 몇 개고 화성이 몇 갠데 당연히 바이올린보다 음량이 많아야죠. 이를테면 피아노는 8음을 치고 저는 한음을 치는데 어떻게 안 묻히겠어요. 물론 서로 균형은 잡을 필요가 있겠지만요. 소리가 묻힐 걸 두려워할 필요도, 억지로 소리를 키우려고 할 이유도 없어요. 

Q. 음반과 비교해서 실황은 어쩔 없이 바이올린 소리가 작습니다. 어떻게 접근하시나요?

음반은 독주자 중심으로 마이크를 설치해서 프로듀싱 과정에서 오케스트라와 밸런스를 맞춰요. 쉽게 말해 독주 바이올린 소리를 높이고 상대적으로 오케스트라 소리를 낮추죠. 실황에서 어떻게 바이올린 1대의 소리가 오케스트라를 이기겠어요. 접근 방식에서 개인차는 있겠지만, 절대 볼륨 자체를 키우겠다고 접근하면 표현에서 잃을 것이 너무 많아요.

카페에서 대화할 때도 주변 소리보다 상대방 목소리가 작을 때가 있잖아요. 그렇지만 상대방에 집중하면 점점 말하는 게 들리기 시작하죠. 이처럼 연주회에서도 정말 작은 소리인데도 너무 매력있다고 집중할 때가 있었거든요. 제 바이올린 소리에 관객이 귀를 열고 다가올 수 있도록 고민을 하죠. 

클라라 주미 강(Clara-Jumi Kang) ⓒ Marco Borggreve

Q. 지난 인터뷰에서바이올린은 스트라디바리우스(1708년산), 현은 에바피라찌를 쓰고 E 현만 피라스트로 골드와 렌즈너 등을 상황에 맞게 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같은 구성으로 오르시나요?

네, 똑같이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좋은 소식이 있어요. 얼마 전에 에바피라찌 독일지사장님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에파피라찌 바이올린 현으로 연주한 소감을 간략하게 말해준다면, 제품을 일부 지원해주시기로 했어요. 곧 받을 예정이에요.

클라라 주미 강(Clara-Jumi Kang) ⓒ Marco Borggreve

독일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난 클라라 주미 강은 세 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하여 이듬해 네 살, 최연소 나이로 만하임 국립음대 예비학교에 입학해 발레리 그라도프를 사사했고 이후 뤼베크 음대에서 자크하르 브론에게 배웠다. 일곱 살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줄리어드에 입학해 도로시 딜레이를 사사하였으며, 열여섯 살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여 김남윤 교수를 사사하며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쳤다. (클라라 주미강 홈페이지)

MODERN SOLO (2011)

Clara-Jumi Kang & Yeol-Eum Son : Schumann Brahms Sonatas · Romances (2016)

클라라 주미 강 & 알레시오 백스 듀오 리사이틀

공연명 : 클라라 주미강 & 알레시오 백스 듀오 리사이틀

일 시 : 2018. 10월 14일(일) 오후 5시

장 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컬: 강릉아트센터(16일) 노원문화예술회관(18일) 안성맞춤아트홀(19일)

<프로그램>

드뷔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이자이 ‘슬픈 시

부조니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

프랑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