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기획자 인재진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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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진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총감독.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사무국 제공
축제를 기획하는 일은 숲을 가꾸는 일과 같다. 나무 한 그루로 시작해 거대한 숲을 이루듯 펜 한 자루로 쓴 기획서가 이제는 누적 관객 100만을 넘은 축제를 세웠다. 지난 15년 동안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가꿔온 인재진 감독, 그에게서 축제의 지나온 길과 나아갈 방향을 듣는다.
글 | 기자 윤진근

 

올해부터 축제 이름에서 국제라는 명칭이 빠졌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국제’가 들어가면 촌스러운 것 같아요. 이미 많은 국내 축제가 국제화되었으니까요. 처음 축제가 열렸을 적에는 국제적인 축제라는 점이 어필할 수 있었지만요.

이제는 관객이 우리 축제를 그냥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라고 불러요.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열리는 큰 축제명에 ‘International’을 잘 쓰진 않잖아요.

매해 특정 국가를 정해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계십니다. 선정 이유와 기준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해외 관계자가 우리 축제에 자국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고 요청하죠. 매해 한 국가를 선정해서 교류해요.

해당 국가에 특별한 해라면 더욱 좋죠. 이를테면 프랑스 연주자를 소개한 2016년은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은 해였고, 내년에는 한국-덴마크 수교 150주년을 맞아 덴마크를 조명해요.

2017년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실적을 객관적 지표로 알고 싶습니다.

예산은 해마다 20억 원 안팎으로 책정돼요. 작년 예산은 약 22억 원이에요. 주요 수익구조인 지원금, 표 판매, 스폰서십 비중은 비슷해요. 수익 구조의 균형 및 다변화에서 축제의 재정 자립성을 가늠할 수 있어요.

축제가 자리잡는 과정에서 수년간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년 축제를 개최할 수 있던 배경은 무엇인가요?

첫째로 매해 축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냈죠. 둘째로 주변에서 많은 도움과 응원을 받았어요.

지역사회와 스태프가 축제를 위해 함께 노력했어요. 여기에 꾸준히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신 관객들 덕분에 매년 성장할 수 있었어요.

인재진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총감독.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사무국 제공

어려운 와중에 2014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하셨습니다. 어떤 점이 주요했다고 보십니까?

우선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브랜드로서 자리 잡힌 것이죠. 예를 들어 기업 후원을 추진할 때도 마케팅 담당자 대부분이 이미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잘 알고 계세요. 기업과 축제가 파트너십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해요.

이밖에 문화체육관광부 등 지자체의 지원이 큰 힘이 되었죠.

이번 축제는 지자체 등의 지원 없이 열립니다. 축제를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지원이 줄어 행사 규모가 작아진 점이 가장 안타까워요. 또 지역사회와의 접점도 줄었어요. 예년에 읍내 곳곳에서 열던 공연을 올해는 열 수 없었어요. 다만 동네 청소년 오케스트라 공연, 지역 농산물 가공연구회와 함께 만드는 피크닉 박스 등은 계속 추진해요.

장기적으로는 외부 지원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자 해요. 지원금은 축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선 큰 힘이 되지만, 일정 궤도에 올랐을 때는 장해가 되기도 하거든요.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지역사회와 연계가 잘 되고 있습니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작은 지역에서 시작됐어요. 그만큼 지역사회와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되었죠. 예를 들어 지역 청소년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도 10여 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또한, 축제와 함께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요소를 계속해서 찾고 있습니다.

가평군 측에서도 축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작년에 사무국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불거졌을 때, 많은 주민이 ‘그래도 축제는 열려야지’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만큼 지역사회에서 축제에 애정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외부 지원 없이 자체 수익을 강화할 계획은 있나요?

저는 축제로 많은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축제가 독립성을 갖고 계속해서 열리기를 바라죠. 그래서 입장료 수입 외에 후원 비중을 높이고자 해요.

축제 관련 상품(머천다이징, MD)을 개발할 계획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문화행사 MD 개발이 더딘 편이지만, 이제는 관람객들의 관심사도 문화상품까지 넓어졌거든요.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외에 상시공연을 여실 계획은 있나요?

자라섬에서의 상시공연은 계획하고 있지 않아요. 대신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브랜드를 바탕으로 서울에 연주할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공연장과 바 사이의 접점을 찾은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또한, 재즈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안정적으로 축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이 어떻게 되어야 하나요?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축제의 공통점은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첫째는 축제를 운영하는 조직이 항구성을 띤다는 점, 둘째는 자원봉사 운영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는 점이에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자라섬은 단단한 축제입니다.

얼마 전 사무국에서 10년간 근무한 직원들에게 트로피를 전달했어요. 15년째 근무하는 직원도 계시죠. 전체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3년이 넘어요. 축제를 운영하는 사무국 중 상근 인원이 이렇게 구성된 곳은 드물어요.

자원봉사자인 자라지기 역시 오랫동안 함께하는 분이 많아요. 10년이 넘은 분들도 있고요. 이제는 오래 활동한 자라지기가 신입 자라지기를 교육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졌죠. 또한, 축제 이후에도 사무국과 자라지기가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어요.

지난해 사무국장의 횡령 건으로 홍역을 앓으셨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며, 재발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 고민하고 계시나요?

단순 횡령 사건이 아닌 제도와 현장(내지는 현실)의 괴리 탓에 어쩔 수 없이 겪은 일이라 생각해요. 행정기관에서 지원금을 주면서 내리는 지침이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일을 모두 포용하지 못하는 것이죠.

(현장 환경을 잘 모르고 제도를 만든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축제는 현장성이 강하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현장에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지면 바로 대응해야 하죠. 이렇게 되면 사전에 보고한 예산과 실제 집행하는 예산 사이의 전용(轉用)이 일어나요. 현재의 제도는 이런 현장의 애로사항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어요.

현장 환경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시스템이 있어야겠죠. 우리 축제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공연계가 전반적으로 앓고 있는 문제라 여겨요.

축제에서 보람을 느낀 부분과 아쉬운 점을 말씀해 주세요.

우리 축제에 오신 분들께서 감동과 위안을 받는 일 자체가 기뻐요. 특히 재즈를 잘 모르시는 관객까지도 축제를 함께 즐겨주셔서 감사하죠.

지역 축제도 훌륭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 축제는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왔어요. 앞으로 축제의 문화적인 의미와 가치를 더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운영 측면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를 개선할 방향을 잡으셨나요?

관람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어요. 저희는 관람객이 느끼는 불편한 점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자 합니다. 최근엔 SNS 등을 통해 표출되는 불만 사항에도 귀를 기울여요. 행사장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더 주의 깊게 운영하고 있고요.

기본적으로 ‘안내 스태프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추구하고 있어요. 그래서 축제를 기획할 때 관람객의 시각에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써요. 이를테면 화장실 위치 안내 풍선을 띄우거나, 행사장 곳곳에 이정표를 많이 배치하는 식이죠.

‘사람을 먼저 생각하자’는 원칙은 연주자에게도 적용돼요. 연주자가 불편함 없이 무대에서 음악을 즐겨야 관람객이 만족할 연주가 나오기 때문이죠.

올해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가장 뚜렷한 개선점은 무엇입니까?

올해는 먹거리를 대폭 개선했어요. 음식 부스와 함께 팝 업 레스토랑을 선보여요. 음악과 음식, 와인 등을 두루 갖춘 축제를 만들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관람객이 먹을거리를 직접 챙겨오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제는 현장에서도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드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어떤 축제는 매해 거듭할수록 장르적 특색을 줄이고, 반면 특정 장르의 비중을 점점 늘리는 축제도 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어떤 쪽을 지향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축제에 참가한 해외 아티스트는 젊은 관객이 많은 것에 놀라요. 또 “자라섬재즈페스티벌처럼 순수하게 재즈만으로 많은 관객을 모으는 축제는 드물다”라고 입을 모아 말하죠.

앞으로도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재즈를 중심으로 젊게 호흡하는 축제가 될 것입니다.

제15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공식 포스터.

자라섬의 포스터나 행사장의 분위기를 보면 다양한 예술이 적용된 것 같습니다. 문화적인 융합을 의도하신 건가요?

우리 축제에서 로고부터 포스터까지 시각 소통이 가능한 부분은 순수 미술 형태로 접근하고 있어요. 올해는 회화 작품을 기반으로 축제 홍보물을 기획했죠.

재즈는 열린 예술이에요. 다른 예술과 경계를 허물기 수월하고, 우리 축제가 그 역할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고 싶어요. 쉽게 말해 종합예술로 나아가는 축제가 되도록 관객과 함께 호흡하겠어요.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늘 청년처럼 젊은 축제가 되어야죠. 이를테면 해외 연주자가 한국에 알려질 때면 이미 왕성히 활동하던 시기보다 늦을 때가 많거든요. 우리 축제는 젊은 음악인과 관객이 소통하는 자리를 계속해서 만들 거예요.

공연 기획자 인재진

공연기획자 인재진은 재즈와 월드뮤직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만들고 있다. 특히 2004년에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개최해 15년째 총감독으로 축제를 이끌고 있다.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 베스트 라이브공연상, 문화다움기획상을 수상했으며, 호원대학교 방송예술계열 공연미디어학부 교수직을 병행하고 있다.

제15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공연명 : 제15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장 소 :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일대

기 간 : 2018년 10월 12일부터 10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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