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페터 윱 반 라인

4399
윱 반 라인. © Jingeun Yoon
구름을 닮은 연주자.
글 | 기자 윤진근

사용하는 악기는 어떤 것인가요?

스톰비(Stomvi)사의 Elite 모델을 사용해요. 고등학교 때 구입해서 지금까지 15년 정도를 쓰고 있죠. 마우스피스는 일반적인 크기를 사용해요.

1년 전에는 플루겔혼을 구입했어요. 쿠르투아(Antoine Courtois)에서 나온 제품이죠.

사실 저는 하드웨어에 대해 잘 몰라요. 관심이 적기도 하고요. 악기보다는 표현과 기교를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한 악기를 오래 연주해 오셨으면, 악기를 바꾸기 어려우실 것 같아요.

바꾸어도 상관은 없지만, 바꿀 생각은 없어요. 소리에 만족하고 있기도 하고요. 제 생각에 트럼펫은 저렴한 모델로도 오랫동안 연주할 수 있거든요. 줄이나 리드도 필요 없고, 관리만 잘 해주면 오래 쓸 수 있지요.

악기 연주는 언제 시작하셨나요?

트럼펫 연주는 10살 무렵에 시작했어요. 제가 자란 네덜란드에서 밴드는 취미 문화예요. 나이 많으신 분도 어린이도 한 팀에서 연주하죠. 제가 나고 자란 작은 마을에도 윈드 밴드가 있었어요. 악기도 빌릴 수 있고, 배우기도 좋았죠.

16살에 미국 고등학교에서 1년간 수학하면서 처음 재즈를 연주했어요. 재즈에 관심을 느껴서 대학에서도 재즈를 공부했죠.

네덜란드에서는 어떤 곡을 연주하셨나요?

재즈 외에 퓨전 음악, 펑크(Funk), 스카, 레게같이 여러 장르를 접했어요. 공연도 많이 했어요. 큐반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고요.

그렇지만 클래식 연주는 전문적으로 하지 않았어요. 음색부터 프레이징, 어프로치 같은 것이 꽤 다르거든요. 제 생각에 재즈와 클래식을 모두 잘 연주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어요. 윈튼 마살리스는 두 장르 모두를 잘 해서 유명하지만요.

연주를 들어보면 부드러운 음악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부드럽고 조용한 소리를 추구하고, 강요하는 듯한 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섬세하게 연주 분위기를 이끌고 싶어요.

자연을 좋아하는 부모님을 닮아서 인위적인 걸 싫어해요. 음악 역시 전자음악보다는 어쿠스틱 소리를 추구해요.

윱 반 라인 트리오. (사진 왼쪽부터) 송인섭(베이스), 윱 반 라인(트럼펫), 전용준(피아노). © 나승열

현재 윱 반 라인 트리오는 드럼이 없고 피아노, 베이스, 트럼펫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이것도 음악 성향을 반영하신 것인가요?

저는 베이스 소리를 좋아해요. 현을 울리면서 나는 마찰음도 좋고, 근음과 코드 톤으로 워킹 라인이 그려지는 것도 즐겁죠. 이런 소리는 드럼이 없을 때 더욱 돋보여요. 그래서 지금의 트리오는 베이스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죠.

지금은 드럼이 있는 팀도 다시 하고 싶어요. (웃음) 다음 프로젝트는 어쿠스틱 펑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모타운 소울처럼 그루브가 있으면서 꽉 차지 않은 소리를 만들고 싶어요. 트럼펫, 색소폰, 베이스, 드럼의 퀄텟을 기본으로, 필요하다면 피아노나 기타를 더하려고 해요.

두 번째 앨범은 첫 앨범에 비해 짜임새에 좀 더 신경쓰신 느낌이 들어요.

첫 앨범 수록곡들은 아기자기한 매력을 살렸고, 안전한 작곡법을 선택했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은 ‘Okay… Good luck!’ (웃음) 2집에 힘이 좀 더 담겼고, 에너지가 있었죠.

첫 앨범은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만들어졌어요. 제 아이를 생각하며 지은 곡들도 있어요. 반면 두 번째 앨범은 스스로에게 중점을 뒀어요.

어떤 식으로 작곡하세요?

저는 트럼펫 연주자지만, 작곡은 주로 피아노로 해요. 피아노 앞에 앉아 멜로디를 천천히 연주하며 곡을 만들어요. 선율, 화성 등을 조금씩 연주해보죠. 노래하면서 코드를 짚기도 하고요.

어떤 곡은 한 번에 만들 만큼 쉽고, 어떤 곡은 어려워요. 보통은 4마디 정도의 악상을 떠올리고, 연주를 반복해서 개선하죠. 그리고는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들여다봐요.

윱 반 라인 2집 ‘Trust’ 수록곡 ‘Nostalgia’. 유튜브 ‘Joep van Rhijn’

재즈는 다른 장르보다 다양한 연주자와 협연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반면 선생님은 몇몇 멤버들과 오래 활동하고 계시는데, 장단점이 있습니까?

많은 사람과 연주하면 음악적으로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어요. 반대로 한 팀을 오래 했을 때만 나오는 에너지나 음악적 깊이도 있죠.

재즈 페스티벌 같은 큰 무대에서 연주할 때, 익숙한 연주자와 공연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연주자와 공연하는 건 차이가 있어요. 관객들은 단 한 번의 무대로 저를 기억하게 되니까,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이들과 좋은 연주를 하고 싶죠. 반대로 클럽에서는 땐 다양한 연주자와 공연하는 것을 선호해요.

저는 두 번째 앨범을 다른 콘셉트로 구성할 생각도 있었어요. 하지만 1집 활동 때 함께했던 멤버들(피아노 전용준, 더블베이스 송인섭)과 조금 더 활동하기로 결정했죠. 이들과 함께 하는 소리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당신의 연주 성향과 다른 연주자와 연주하면 불편하진 않으신가요?

제 트리오 멤버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송인섭 씨와 저는 성향이 비슷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전용준 씨와는 조금 달라요. 제가 긴장을 푸는 연주자라면 전용준 씨는 에너지가 강한 분이죠.

하지만 같은 성향의 연주자와만 연주하면 재미 없잖아요? 그리고 성향이 다르더라도 오래 함께하면 조금씩 닮아가는 부분도 있고요. 연주자들 사이에 귀를 충분히 열어 둔다면, 연주할 때 불편한 점은 없어요.

어떻게 한국에서 활동하게 되셨나요?

네덜란드에서 공부할 때 한국 연주자를 많이 만났어요. 밴드 멤버인 송인섭 씨와도 네덜란드에서 처음 보았죠. 대학 졸업 후 친구들과 만날 겸, 연주도 할 겸 한국에 왔고, 2007년부터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다 2014년에 정착했어요.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에 어려운 점은 있으신가요?

네덜란드에서는 50대와 10대가 함께 연주해도 서로 같은 음악인으로서 대해요. 하지만 한국에선 나이에 따른 위계가 있는 것 같아요. 또 스승이나 선배가 정한 방향을 웬만하면 그대로 따르려는 듯한 인상을 받아요.

또 한국에는 ‘라인’ 문화가 있죠. 연주 외의 활동을 위해서는 혼자보다 누군가가 끌어줄 때 더 편하잖아요. 이게 라인이나 편 가르기로 이어지는 거죠. 하지만 저는 연주자로서 살고 싶기 때문에 여기에 특별한 관심은 없어요.

한국 연주 환경은 다른 나라와 많이 다른가요?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어떤 나라에서 연주하든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제 생각에 한국의 연주 문화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연주할 수 있는 곳도 많고요. 암스테르담에는 재즈 클럽이 두세 곳밖에 없거든요.

연주자들의 생활 환경도 어느 나라든 비슷한 것 같아요. 외국에서도 식당에서 일하거나 택시를 운전하는 등 다른 직업과 병행하는 연주자가 많아요. 이 점에서 한국이 특별히 더 불편하거나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다른 나라에서 연주할 계획은 있나요?

저는 2014년부터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재즈 페스티벌이나 클럽 같은 무대에 섰어요.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한국을 기반으로 외국으로 활동영역을 넓힐 계획이에요. 가까운 10월에는 모리셔스 뮤직 엑스포에서 연주해요. 하지만 한국에서의 일정이 많아서 먼 미래까지 계획할 단계는 아니에요.

윱 반 라인 1집 ‘Paper Planes’ 수록곡 ‘Baby Elephant’. 유튜브 ‘Joep van Rhijn’

음악적 기교와 음색 중 어떤 것을 중요시 여기나요?

답변에 앞서, 저는 연주자 개인의 개성과 독창성을 중요시해요. 개인적으로 음악적 수준을 나누지는 않지만, 독창성이 없다면 재미없다고 생각해요.

개성을 표현하는 데는 음악적 기교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떤 연주자가 자신의 음악관을 오롯이 표현할 수만 있다면 말이죠.

스스로는 기교보다 음색을 중요하게 여겨요. 빠르고 멋진 기교 몇 가지보다 좋은 음색을 더 추구하죠.

연습하실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나요?

트럼펫뿐 아니라 모든 악기 연주자들이 그렇겠지만,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롱 톤, 메이저 스케일 연습, 슬러 연습을 빼놓지 않고 하죠.

롱 톤 연습은 편하고 낮은 음으로 한 음을 길게 연주하는 것인데, 음색과 호흡을 개선할 수 있어요. 또 스케일 연습을 통해 텅잉도 단련하고, 음을 명료하게 낼 수 있어요.

또 장르에 따라 여러 연습법이 있어요.

멜로디 악기를 연주하는 재즈 연주자라면 화성(harmony)에 집중하는 것이 좋아요. 화성적 지식이 있다면 연주 색이 다양해져요. 또 선율도 잘 만들 수 있죠. 주 선율이 곧 화성이고, 화성이 주 선율이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클래식에서 말하는 대위법(counter point), 성부 진행(voice leading), 가이드 톤 등을 배우면 좋아요. 솔로 트랜스크라이빙, 스탠다드 곡 연습 등도 병행해야 하고요.

청중이 당신의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나요?

음악은 연주자와 청중이 호흡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연주자만 있으면 연습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죠. 저는 청중이 집중해서 연주를 듣고 있다는 게 느껴지고, 서로 연결되어 같은 경험을 나누는 순간이 좋아요.

재즈 연주자들은 연주자들 사이의 호흡이 중요한 음악이죠. 하지만 윱 트리오는 청중과 함께 호흡하고 싶어요. 윱 트리오는 화려하고 신나는 것보단 잔잔하고 기본에 충실한 음악을 추구해요.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우리 연주를 편안하게 들어주시면 ‘귀 사탕’(Ear candy)처럼 달콤한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이 인터뷰 기사는 서울함공원의 장소협조를 받아 쾌적한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트럼페터 윱 반 라인

© 나승열

1984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10살 때 트럼펫을 처음 연주했다. 미국에서 재즈 연주에 흥미를 느끼고, 네덜란드 흐로닝언주에 위치한 Prince Claus Conservatoire에서 수학했다. 이후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활동하다 2014년부터 한국에 정착했다.

현재 피아노 연주자 전용준, 베이스 연주자 송인섭과 함께 윱 반 라인 트리오로 활동하고 있다. 발매한 앨범으로 ‘Paper Planes’(2016)와 ‘Trust’(2018)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