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네티스트 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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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사 PRM 제공

자신의 악기를 닮은 연주자
2017년 상반기는 김상윤의 연주를 들을 기회가 많았다. 김상윤은 2월 평창겨울음악제와 5월 서울 스프링 페스티벌 연주를 마쳤으며, 오는 7월에도 독주회를 연다. 독주부터 실내악 그리고 오케스트라까지, 어느 규모에서든 그만의 부드럽고 맑은 연주는 귀에 깊숙이 닿는다.
글| 기자 윤진근(jingeun.yoon@thestrings.kr)

Q. 최근 어떻게 지내셨나요?

클라리넷 연주자 김상윤.

지난 12월, 6개월간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단원 활동을 마쳤습니다. 이후 부인(오보에 연주자 김수진 씨)이 오케스트라에 있는 플로리다로 이사했습니다(김수진 씨는 새러소타 오케스트라에서 연주 중이다. 편집자 주).

Q. 예원학교 재학 시절부터 매스컴에서 ‘수석’, ‘엘리트’, ‘최초’ 수식어가 따라 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최초’이자 ‘처음’인 이유는 그 전에 정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콩쿠르 우승한 이후에 지속적으로 콩쿠르에서 성적을 올리거나 유학하는 분이 많아졌습니다. 콩쿠르에서 우승하거나 유학하는 분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정 학교 입학이나 콩쿠르 우승 등은 이제 저만 가지고 있는 수식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 들어갈 무렵에는 내가 처음이라는 생각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후 뛰어난 후배들이 나오고 있어 최근에는 그런 호칭에 연연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상윤은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 클라리넷 연주자로서 한국인 최초이자 최연소로 입학했다. 편집자 주)

Q. 관악기 분야에서도 해외 진출이 많아지고 있죠?
그렇습니다. 현악기나 피아노 연주자와 비슷합니다.

현악기와 피아노는 20~30년 전부터 연주자들이 해외로 나가면서 다양한 정보를 국내에 전했습니다. 그 덕에 후배 연주자의 해외 진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었죠. 반면 관악기 분야는 상대적으로 진출이 늦어 정보 전달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악기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연주자들 사이에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관악기 분야 역시 해외 진출이 늘고 있습니다.

Q. 한국 오케스트라는 현은 강한데 관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도 관악기들이 상대적으로 늦게 자리 잡았기 때문일까요?
민감한 질문이지만, 정보력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처음 파리에 나갈 때만 해도 유학 등의 정보가 부족했습니다. 오케스트라 활동 역시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죠.

현재의 저는 10여 년 전 유학하던 시절과 같이 정보가 많이 없는 상태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경험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정보에 대한 교류가 오가다 보면 편견도 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Q. 프랑스에서는 오케스트라보다 솔로 위주로 많이 지도받으셨는데, 미국에서 오케스트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셨다고 하셨습니다. 현재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에 대한 비중을 어떻게 두고 계시는지요.
지금은 서로 다른 분야를 배우는 단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실내악보다 솔로를 더 많이 연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실내악 연주도 오랜만입니다. 평창에서 이상 엔더스(첼로), 김규연(피아노)과 함께 베토벤 트리오를 연주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2017 평창겨울음악제에서 연주한 클라리넷, 첼로, 피아노를 위한 3중주 B플랫 장조 Op. 11. 편집자 주)

오케스트라는 2016년 12월까지 연주했습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에서 제가 연주해보지 않은, 클라리넷이 가질 수 없는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브람스 심포니, 베토벤 심포니 등을 접하며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있는 지금, 연주의 비중을 논하기에는 조심스럽습니다. 다양한 음악을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Q. 지난 평창겨울음악제 연주곡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클라리넷 연주곡 중 베토벤 곡이 많지 않습니다. 소나타 곡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베토벤이라는 작곡가는 연주자로서 당연히 알아야 하는 작곡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리넷 연주자인 제 입장에서는 낯섭니다.

최근 베토벤 3번, 8번 연주를 하면서 완벽한 곡, 구성이 잘 짜인 곡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도 연주를 했지만, 그 때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집니다.

(베토벤과 같은) 독일에서 태어나고 독일에서 생활한 연주자 이상 엔더스(첼로)에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2017 평창겨울음악제 / 홍보사 PRM 제공

Q. 성악가 중 기온이나 고도 등의 문제로, 목 건강을 위해 외출마저 삼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플로리다 등에서 활동하실 때와 강원도에서 활동하실 때 차이나 어려움이 있진 않으신지.
클라리넷 역시 리드 상태가 매일 바뀝니다. 숙소에서의 온도, 무대 위에서의 온도, 대기실에서의 온도가 모두 달라 리드가 수시로 변합니다. 습도에 따라서도 리드 상태가 크게 달라지죠. 많은 관악기가 그렇겠지만, 리드 유지가 연주의 관건입니다.

관악기에서 중요한 것은 연주자의 호흡입니다. 물론 고산지에 도착하자마자 호흡 관련 문제가 몸으로 와 닿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연주를 해보면 항상 도달하는 호흡인데 연주하기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평창에 도착해 국제음악제 연주곡을 연습할 때도 그런 것을 느꼈습니다.

Q. 오케스트라마다 Hz를 다르게 잡는다고 하시던데, 정말인가요?
저는 최근까지 미국에서 440Hz 피치로 맞춰 연주했습니다. 평창에서는 다른 연주자에 맞춰 442Hz를 기본으로 세팅했습니다. 이상 엔더스는 독일에서 443Hz 정도의 피치로 맞추어 연주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Q. 클라리넷에도 음역에 따라 많은 종류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주로 사용하시는 악기는 어떤 것인가요?
Bb조나 A조는 전공자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클라리넷입니다. 저도 주로 사용하고요. Eb조나 베이스클라리넷은 상대적으로 생소합니다. 저는 솔로 위주로 연주해왔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에서 한두 번 연주해본 것 외엔 Eb나 베이스클라리넷을 연주할 일이 없었습니다.

Q. 오케스트라 내에서 클라리넷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클라리넷은 부드러운 악기입니다. 중저음에서 고음까지 다양한 음역을 가지고 있고, 그 안에서 테크닉적인 측면도 강조할 수 있습니다.

Q.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듣고 싶은 음악을 연주합니다. 연주가 어렵지는 않으신지.
저도 아직은 오케스트라 초보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해 지휘자가 원하는 것을 연주자인 제가 포착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몇 개월간의 경험에 불과하지만, 제가 몸담았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거의 매주 바뀌었습니다. 상임 지휘자와의 연주는 두 번뿐이었고, 나머지는 객원 지휘자였습니다. 스타일도, 지휘봉을 휘두르는 자세도, 국적도 다릅니다. 그러다보니 지휘자의 의도를 전부 포착하기도 힘들고요.

오케스트라 내의 다른 목관악기 연주자를 보며 많이 배웠습니다. 그들은 지휘자의 의도를 순간적으로 포착해 소리를 만들어냈습니다. 20~30년씩 오케스트라에 계셨던 관록이겠죠. 저도 경험이 쌓이면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오케스트라 연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
저는 독주에 집중하는 편이었습니다.

20대 때는 콩쿠르에서 주로 연주했습니다. 클라리넷은 솔로 악기가 아니다보니 솔로 연주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더욱 콩쿠르에 많이 나갔습니다. 콩쿠르 연주를 하다 보면 다른 연주를 할 기회도 생기고, 스승을 만날 기회도 있으니까요.

콜번 재학 시절, 선생님이 “네가 오케스트라를 안 하는 건 좋은데, ‘독주가 더 좋다’는 이유만으로 피하지는 마라”고 말씀하셨어요. “못 하기 때문에 연주를 안 하는 연주자는 되지 말라”고요. 그 말씀을 듣고 (연주를) 할 줄 아는 상태에서 선택권이 있어야지, 못 하니까 안 하겠다는 식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연주 동작이 크시던데, 바이올린 등 다른 악기에 비해 부상이 많은 편인가요?
클라리넷은 꼿꼿이 서서 연주하는 악기이며, 악기를 앞에 두고 연주합니다.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등 악기를 옆으로 드는 연주자보다는 디스크 등의 위험이 덜한 것 같습니다.

Q. 많은 연주자가 무대공포증을 겪고 있고, 음주나 약물 등 자기만의 해결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연주 직전에 공포증을 겪으시는지, 어떻게 해소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누구나 무대에 서면 어느 정도 긴장하잖아요. 제 경우엔 공포증까진 아니어서 이 부분에 특별히 노력을 기울이는 편은 아닙니다.

약물을 복용하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복용하지 않습니다. 한 번 약을 먹기 시작하면 약물에 의존하게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Q. 아티스트마다 연습 방법에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연습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시는지.
저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잘 안 되는 연주를 극복하려 계속 악기를 잡고 수십 번, 수백 번 연습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점검이나 계획성 없이 동작을 반복했을 때 잘못된 습관이 생긴다면, 그것을 되돌려놓기 더 힘들 것입니다.

생각의 차이로 연주가 바뀝니다. 연주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연습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연습을 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합니다. 무조건 시간을 할애하기만 하는 연습은 연주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연주를 녹음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하는 연습을 많이 합니다.

Q. 개인 연습 시간이 많으신지, 오케스트라 등의 단체 연습 시간이 많으신지?
혼자 연습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Q. 선생님은 스타일이 구축된 상태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현재 음악관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에는 저만의 확고한 스타일이나 자신감, ‘이 곡은 이렇게 연주하는 거야’라는 확신이 있었다면, 지금은 고집도 생기고, 의문도 많이 갖고, 타인을 신경 쓰기도합니다. 지금의 저는 중간지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최근 몇 주 동안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평창겨울음악제 공연 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몇 달 뒤에는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Q. 연주자 김상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스승이 있다면.
처음 한국에서 악기를 시작할 때부터 유학 직전까지 가장 많이 기본기를 다져주셨던 김동진(前 서울시향 수석 연주자)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파리에서는 가장 흡수를 많이 할 수 있고, 악기에 몰두할 수 있는 시기에 좋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현재 파리 시립음악원(CRR de Paris) 교수님이신 에오(Florent Héau) 선생님입니다. 저는 선생님 복이 많았습니다.

Q. 연주자들은 대가의 반열에 오르신 분들도 계속해서 새 스승을 찾고, 사사받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그러신가요?
요즘은 레슨을 받아보고 싶기도 하고, 다른 분의 레슨을 보고 싶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독일에서 생활해보지 않았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독일에서 문화나 악기를 대하는 방식을 배우고 싶습니다. 더불어 독일 작곡가의 곡을 현지에서 공부하고 싶습니다.

Q. 앞으로 한국에서의 연주 일정은.
큰 공연으로는 오는 7월 27일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 일정이 있습니다.

Q. 연주자 김상윤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 있다면요?
저는 프랑스 유학 경험이 있어서 프랑스 작곡가의 곡이 익숙합니다. 특히 생상스드뷔시의 곡이 편합니다. 연주를 자주 하기도 하고요.

Q. 연주자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곡은 있습니까?
7월 27일에 있을 독주회의 레퍼토리 구상을 3개월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곡은 정말 많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브람스 소나타를 연주해본 적이 없어요. 브람스 소나타는 피아노와 호흡도 잘 맞아야 하고, 준비 기간도 길어야 해서, 시간이 부족해 연주 기회를 잡지 못했거든요. 이번 독주회에서는 브람스 곡 연주를 계획 중입니다.

Q. 연주 중 ‘클라리넷의 매력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하셨는데, 실마리를 잡으셨는지요?
전보다 더 못 잡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면서 많은 벽에 부딪히고, 그만큼 고민도 많아집니다.

예전에는 클라리넷의 매력이 넓은 음역과 더불어 다양한 음색과 악상을 나타낼 수 있는 표현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케스트라에서는 제한적인 틀 안에서 모든 것을 다 나타내야 합니다. 솔로를 연주할 때는 어느 정도 자유가 주어졌다면, 오케스트라라는 틀 안에서는 어느 정도 쳐내고 다듬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선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갇혀 있는 느낌이 듭니다.

Q. 올해로 서른한 살, 연주자 김상윤이 이루고 싶은 바가 있다면?
오케스트라 연주의 매력을 찾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나이도 찼고, 콩쿠르에 나가지 못하거든요. 앞으로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더 공부하고 싶어요.

하지만 오케스트라를 특별히 원해서가 아닙니다. 저는 현재 학생이 공부하듯 자연스레 (오케스트라 공부를) 해야 하는 위치에 와 있습니다. 초기에 솔로 연주를 많이 해서 익숙해진 것처럼, 오케스트라 역시 경험이 쌓이면 지금보다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